미국 의회가 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인 무역촉진권한(TPA) 기한을 계산하며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선 대상국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였다. 한국이 지난 4월초 미국과 FTA 협상을 마무리한 것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협상을 연기했었다.
TPA 기한을 넘긴 이후에도 말레이시아는 미국과의 FTA 협상
라피다 아지즈 장관
을 재촉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라피다 아지즈 통상 장관은 최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재촉하지 않기로 미국과 이미 의견을 같이 했다”며 “말레이시아는 각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며 기한에 구애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아지즈 장관은 “TPA 기한 설정은 알고 있지만 그건 말레이시아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물론 미국으로서는 TPA 기한 내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여러 절차상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부시 행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자신감과 전략의 깊이가 묻어나오는 표현이다. 이전부터 명확히 해 온 말들이지만 협상 체결에 조급성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것이다.
당장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시될 것으로 보였던 6번째 협상이 연기됐다. 아지즈 장관은 “다음 주에 미국 대표단을 만나 협상을 속개할 것”이라고는 밝혔다. 말레이시아 통상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주 말레이시아 미국 대사관이나 USTR 협상단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국 대표단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협상을 한 이래 2개월 동안 협상 테이블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마지막 협상 때까지 양국은 지적재산권, 농업, 금융 서비스, 통신 분야를 포함한 18개 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시켜 왔다. 양국 협상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말레이시아의 ‘말레이계 우대정책’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 등으로 이뤄진 말레이시아에서는 다수 종족인 말레이계의 경제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이 차별 정책의 시정과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말레이계 우대 정책’과 별개로 미국은 말레이시아 정부에 자동차 산업 보호 정책 철폐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은 보다 적극적인 지적재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FTA를 체결하면 양국 무역규모가 2010년까지 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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