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에 아시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페낭에 다녀왔습니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말레이시아판 실리콘 밸리라고도 부르는 곳이지요.


이곳 역시 국민전선(BN)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조금 특색이 있었습니다. 여타의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중국계가 다수인 유일한 지역이어서인지 분위기가 묘했지요. 페낭은 그런 의미에서 말레이시아판 싱가포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독립 이후 페낭에서 지속된 여당의 의회 의석 2/3 점유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일부의 공감대에 야당이 편승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여당은 잔뜩 겁먹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끄는 지역입니다.


페낭은 중국계 다수로 말레이시아판 싱가포르

여당 후보자의 선거 홍보물(페낭 힐)

여당 연합의 일원인 민정운동(Gerakan)의 중진인 두건환(杜乾煥) 의원도 “페낭 지역의 중국계 유권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득표 활동이 점점 가열되고 있으며 이곳 중국계 유권자들은 발전의 혜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선거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는 26% 전후로 파악되고 있지만, 페낭 지역의 중국계 비율은 과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낭은 말레이시아 발전의 축소판이며 자랑꺼리로 인정받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소니와 인텔 등 전자업체가 있었고, 부도나기 전에 대우전자가 명성을 날렸던 곳입니다. 이곳의 중국인들 또한 사업을 하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어 정부 의존도는 약한 편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조달 업무나 발주 산업에 참여하려는 비말레이계는 말레이계 사업 파트너를 둬야하는 부미푸트라 정책에 대한 불만은 많습니다. 사업가들인지라 이에 대한 부당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페낭에서는 중국계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행동당(DAP)의 지지 기반이 튼실하다고 합니다. 유력 후보자들이 나서면서 연립여당과 ‘되는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지요. 여당 연합인 토 의원도 “연립 정부의 막대한 권한을 견제하며 사업수행의 불편을 해소하기를 원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야당의 강한 자생력

이외에도 이곳 또한 물가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고, 말레이시아가 이슬람화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경제 구조가 건실하다고 했지만, 관광지인 페낭 힐에서 만난 중국계들은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아마 야당 성향일 것입니다.


외국의 시각이 궁금해 BBC 방송 사이트를 들여다보았더니, 나집 라작 부총리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말레이시아의 소식은 CNN 등 미국 언론보다는 BBC 등 영국 언론이 보다 빈번하고 상세하게 전하는 편이지요. 말레이시아가 영연방회의 회원국이며 과거의 식민지였던 곳이니까 아무래도 유대관계가 더 좋겠지요.


부총리, "종교, 인종 문제 해소는 시간이 걸린다"

나집 부총리는 말레이시아 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의 비판에 반박했습니다. 중국계에 이은 인도계의 불만이 어떻게 표출될지 궁금한 상황에서 그는 민족이나 인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언론과 인터뷰여서인지, 북아일랜드 문제를 거론하며 말레이시아의 내부 상황을 방어했습니다. 그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지요. 


“당신들은 북아일랜드 문제를 논할 때 가톨릭인지 프로테스탄트인지만을 말하지 않느냐. 이 문제에는 실상 피부색, 인종, 종교, 문화의 차이가 녹아있는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의회를 조기에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연립 여당의 승부수가 통할지 아니면, 중국계와 인도계 다수를 포함한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확실한 표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주목됩니다. 물론 공정선거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조건하에서만이지요.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Merdeka, http://merdek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