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조화로운 '열대의 정원' 쿠알라룸푸르
세계일보 | 입력 2011.06.16 18:41

말레이·화교·인도 출신 어우러져… 이슬람·불교·힌두교·가톨릭 공존
일상 탈출, 재충전, 성찰, 다른 세상, 소통, 꿈, 희망, 존중…. 여행에서 건질 만한 소중한 단어를 읊조려 본다. 추상적인 개별 단어는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구체화된다. '열대의 정원' 말레이시아에서도 그런 과정을 경험했다. 이곳에서는 이런 단어들과 함께 '조화'와 '존중'이 이야기된다.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제안한다. 





쿠알라룸푸르 국립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인의 자존심이 응집된 곳이다. 술탄 대로에 있는 이 건물은 우산을 약간 접은 듯한 모양의 파란 지붕과 73m 높이의 첨탑 등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건축 양식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965년에 완성됐으며 1만5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말레이 화교 타밀 출신 등이 함께 꽃피운 다문화 국가 말레이시아는 문화여행지로 꼽힌다. 이에 걸맞게 다양한 종교적 건축물이 시선을 끈다. 사진은힌두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아만

열대에서 꽃피운 다문화 복합사회
말레이시아는 다문화가 꽃피운 나라다. 말레이·화교·타밀 출신이 함께 만들어내는 문화다. 원주민 격인
말레이인이 전체 국민의 60% 정도로 차지하고, 여기에 화교와 인도 출신들이 각기 30%와 10% 이하의 비율을 점하고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이슬람·불교·힌두교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이주한 화교와 인도계의 가족사에 '가슴 저미는 가곡'의 가사 한 줄 없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독교와 도교 등 다른 문화도 부분적으로 문화 다양성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슬람은 이곳에서 국교의 위치를 점한다. 이슬람 예법이 바탕을 이루고, 국왕은
무슬림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다. 무슬림이 대세이지만 불교와 힌두교, 기독교도 공존의 법칙을 설명하는 종교다. 이곳은 이슬람권인 중동 다른 지역과 달리 비교적 종교적 자유가 확보돼 있다. 말레이시아 여행의 매력이다. 주축인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다른 종교가 보완하며 이뤄내는 조화로운 모습은 세계 문화사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종교적 조화로움 속에서도 개별 종교에 대한 믿음도 각별하다. 택시를 몇 차례만 타도 알게 된다. 무슬림 기사들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 구절을 적은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그런가 하면 화교는 불상이나 거북이 등 십장생 상징물에 애착을 드러내고, 타밀 출신 인도계 주민들은 시바신 등의 조각물을 차 내에 비치해 놓는다.

쿠알라룸푸르는 정원의 도시답게 여러 공원이 넘치지만 종교 문화의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여행자에게는 독립광장인 메르데카 주변 도로와 중앙역 인근이 끌린다. 이곳에서 특정 종교 건축물을 방문해 보고,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다.

중국식 사원인 천후궁
도시 중앙에서 맞는 다종교 문화
먼저 찾을 곳은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다. 중앙역 근처에 있는 높이 73m의 초대형 사원인 국립 모스크는 뾰족한 탑과 반쯤 접어놓은 우산 모양의 지붕이 압권이다. 탑과 지붕은 국립 모스크의 상징으로 언급된다. 이곳에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자존심이 용해돼 있다. 그래서일까. 무슬림들은 여유가 넘친다. 수업을 마친 무슬림 여고생들이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그들의 배려를 느낀다.

영국 지배기에 세워진 교회가 있던 자리였지만 독립 이후 1965년 들어선 게 모스크다. 뾰족 첨탑은 독립국가의 염원을 담아낸 구조물이기도 하다. 최대 1만5000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립 모스크는 무슬림에게는 정신적인 안식처이다.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인정받는다.

중국식 사원과 힌두 사원도 중앙역과 메르데카 광장 근처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 약간 경사진 곳을 올라가서야 마주할 수 있는 게 동남아의 대표적인 사찰인 천후궁(天后宮·Thean Hou Temple)이다. 모스크와 독립 광장 언저리에서 마음속 티끌을 꽤 오랜 시간 씻고 왔더니, 천후궁은 어느새 열대의 땅거미에 몸을 맡길 태세다. 천후궁에는 해마다 수천 쌍이 넘는 화교 출신 신혼부부가 찾아와 여신 천후에게 행복을 소망한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동남아 여느 도시와 비슷한 중국인의 건강한 생활 현장을 접할 수 있다. 차이나타운 인근에는 중국인의 일상은 물론 같은 이주민으로 녹록지 않은 삶을 이어온 타밀 출신 인도계들의 정신적 수양처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식 성공회 예배당인 세인트 메리 대성당.
힌두교들이 의식을 거행하는 스리 마하마리아만 사원(Sri Mahamariaman Temple)은 말레이·중국·인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복합사회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면이다. 1873년 건축된 이 사원에는 다신교를 믿는 종교답게 수백의 힌두신이 조각돼 있다. 이 사원에서는 해마다 타이푸삼 축제 때에 교외의 바투 동굴까지 힌두교의 신을 운반하는 데 사용한다. 사원에서 가장 높은 탑은 누워 있는 사람의 발처럼 생겼는데, 이 탑은 하늘과 땅 사이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

삼색 종교와 문화의 땅에서 이슬람, 불교, 힌두교를 접했다면 가톨릭 문화도 잠시 곁눈질해 보자. 메르데카 광장에 있는 '세인트 메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은 말레이시아가 자랑하는 가톨릭 공간이다. 영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1894년 말에 지어진 영국식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한 세기 넘게 자리를 지킨 성당은 독립 반세기의 말레이시아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쿠알라룸푸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여행정보

◆가는 길=
인천과 쿠알라룸푸르를 매일 연결하는 직항으로는 대한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 에어아시아가 있다.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은 6시간 남짓 걸린다. 캐세이퍼시픽, 타이항공, 베트남항공 등 경유편은 넘친다. 쿠알라룸푸르는 도시가 넓지 않아 시간을 내면 하루 이틀 사이에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과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먹을 것=
쿠알라룸푸르는 여러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답게 식도락 천국이다. 말레이 본토 요리를 주축으로 중국 요리와 인도 요리까지 넘친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꼬치요리인 사테와 볶음밥인 나시 고렝은 부담 없는 값으로 즐길 수 있다. 초기 이주 중국인들이 즐겼다는 박쿳테(肉骨茶)는 더운 나라에서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여러 커리를 버무린 인도식 요리와 인도식 빵인 로티를 가벼운 마음으로 접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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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Internal Security Act). 복합민족으로 구성된 말레이시아에서도 국가보안법은 늘 논쟁의 도마에 오른다.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정체성에 위협을 가하고 안보를 해치는 일에 대해서는 재판 없이 처벌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이나 여행자도 주의를 필요로 한다.


“활용하라고 있는 게 국가보안법”


최근 두 차례의 큰 시위에 골머리를 앓은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가 27일 국가보안법을 적극 집행할 수 있다는 카드를 들이밀었다. 압둘라 바다위 총리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국가 건설에 방해가 되는 일에 국가보안법은 예방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을 언제 활용하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지만, 국가보안법이라는 법규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야 할 합당한 순간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보궐선거에서도 국가보안법 공방이 펼쳐졌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두 차례의 시위는 11월 10일과 25일 각각 일어났다. 10일에는 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3만 명이 시위를 펼쳤고, 25일에는 차별 대우를 시정하라며 8000명이 넘는 인도계들이 도심에서 항의 시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 경찰봉으로 시위 군중을 해산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보름 사이 두 차례 대규모 반정부 시위

압둘라 바다위 총리의 국가보안법 언급은 일련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력한 진압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병력을 활용한 것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인도계의 시위와 관련해 압둘라 바다위 총리는 “정부는 바람직한 의견은 경청할 것이지만,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요구한다면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보안법 위반 복역자는 100명 넘어

말레이시아에는 100명이 넘는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복역 중인데, 이중 80명 정도는 ‘양심적 이슬람  민병대원들’이다. 법률은 재판 없이 2년 동안 구금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횟수는 무한정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테러에 방비하는 등 국가 안보에 국가보안법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www.merdeka.kr


말레이시아에서 시위가 점증하고 있다. 이번에는 인도계들이 나섰다. 일요일인 25일 1만 명 가까운 인도계들이 영국 대사관 근처로 몰려들었다. 시위대들은 “영국 정부의 부당한 정책 때문에 인도계에 대한 차별대우가 시작됐다”며 영국 대사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 제출을 시도했다.


경찰은 주요 도로를 막고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가스총을 쏘며 시위를 막았다. 그러나 시위대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400명의 시위자들이 검거되고 수십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쿨라세가란 (Kulasegaran) 민주행동당(DAP) 의원은 “50년 넘게 인도계들이 차별대우를 받아왔다”며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찰은 오늘 우리의 항의를 막을 권리가 없다”며 “오늘 시위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리라고 강조했다.



시위대가 영국대사관으로 향한 것은 영국에 잘못을 묻기 위한 것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식민 지배세력이었던 영국 때문에 인도계에 대한 차별대우가 시작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200만으로 추산되는 인도계에 대한 배상으로 4조 달러의 비용을 영국정부에 청구한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요청서에는 노예계약서와 진배없는 차별 가득한 계약 때문에 말레이시아로 이주해 온 인도계가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민족에 기반을 둔 시위가 자칫 민족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염려해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http://merdeka.kr


 8월 15일 오늘은 61주년 되는 광복절이다. 1990년대 이전에 비해 아파트 단지나 주택지역에 휘날리는 태극기의 모습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한편의 우려대로 애국심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터. 그 진지한 고민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비해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전역에서는 자국 국기(Jalur Gemilang)를 게양하고 휘날리게 하는 행사가 한창이다. 8월 18일에는 현직 수상과 부수상,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참여해 Jalur Gemilang를 휘날리는 행사를 개최하며 국민들이 국기 게양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할 것이라고 한다. 1957년 8월 3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해마다 이때쯤이면 거리마다 국기가 펄럭인다. 시내 건물 곳곳에 차량에 국기를 달고 다니는 그들의 국민성은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연호한 우리나라 사람들을 떠오르게 한다.


제49회 독립기념일인 8월 31일을 앞두고 쿠알라룸푸르에서 펼쳐지는 전야제 행사에 참여해 그들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 그 열기는 뜨겁다고 하니까. balipark


*상식-Jalur Gemilang(영광스러운 줄무늬)

말레이시아의 국기 Jalur Gemilang에는 빨간색과 흰색 각 7개씩 14개의 줄이 있고, 초승달과 별도 있다. 14개의 줄은 Johor, Kedah, Kelantan, Malacca, Negri Sembilan, Pahang, Perak, Perlis, Sabah, Sarawak, Selangor, Penang, Terengganu 13개 주와 Kuala Lumpur, Labuan을 포괄하는 연방정부를 상징한다.

실은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이전인 196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봐서 싱가포르까지 포함해 14개 주를 상징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승달은 물론 이슬람을 상징하고, 14개 뾰족한 선으로 구성된 별도 13개주와 연방정부를 상징한다. 적색은 용기를, 흰색은 순수를, 황색은 충성심을 상징한다. 그러나 광복 40주년이었던 1997년 8월 31일에 이르러서야 Jalur Gemilang이라는 정식 명칭을 갖게 됐다. 그 이름은 마하티르 전 총리가 선포했다.

쿠알라룸푸르의 독립광장에는 높이 100m가 넘는 세계 최고의 국기 게양대가 있다. 이에 대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최고’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꼭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