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여당인 국민전선(BN) 체제가 들어선 이후 야당이 가장 크게 약진한 선거로 기록될 듯합니다. 말레이시아 12대 총선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BN이 연방 의회 내 다수당으로 남을 것은 확실하지만 북부 5개 주 의회 선거에서 패하는 등 이번 선거에서 대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 연립이 과반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50년 동안 2/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온 관례는 이번 선거에서는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연립 여당 연방의회 2/3 확보 실패
민족 충돌까지 야기했던 1969년 5월 12일 총선에서 여당 연합이었던 동맹당이 패한 이래, 이번 선거는 여당의 가장 큰 패배로 기록될 듯합니다.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릅니다.
선거 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야당의 약진과 여당의 주도권 약화가 초래됐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여당의 일방 독주에 유권자가 등을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내각 참여 장관들 다수 고배
BN의 대패를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는 연립 여당에 참여한 14개 정당의 하나인 말레이시아 인도인 의회(MIC) 의장이 패배한 일입니다. 노동부 장관이기도 한 새미 벨루 의장은 지난 34년 동안 자신의 지역구에서 쉽게 당선되곤 했던 거물 정치인이었지만 이번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내각에 참여했던 다른 세 명의 장관과 10명의 차관 등도 낙마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각료들의 낙마 소식을 전하는 일간지 '버리따 하리안'
반면 야당은 역대 어느 선거에서 보다도 승부욕을 보여주었고, 대안 세력이 되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야당이 눈에 띄는 결과를 얻는 가운데 특히 개혁 야당의 기치를 내건 민주행동당(DAP)의 성과가 두드러집니다. DAP는 이번 선거에서 다국적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는 페낭 지역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페낭 지역이 확실한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농후해졌습니다.
야당, 페낭과 슬랑오르 등 5개 주의회 장악
이슬람당인 PAS의 성과도 눈에 부십니다. 끌란딴을 다시 거머쥐었고, 끄다와 뻬락에 대한 관할권도 확보했습니다. 4개 주를 휩쓴 것이지요.
DAP와 PAS는 안와르 이브라힘의 정의당(끄아딜안)과 연합해 수도를 품고 있는 슬랑오르에서 세력을 크게 떨쳤습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의 의석은 이 세 정당이 거의 다 휩쓸었습니다. 오래 전 한국에서도 선도였던 수도권의 여당 압승, 여촌야도의 선거결과가 재현된 것이지요. 정의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총리는 한껏 고무된 듯합니다. “내일 우리는 밝은 미래를 건설하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말레이시아의 새로운 새벽이 될 것이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새 역사" 기염
연방 의회 전체 222 의석 중 BN은 140석, 야당은 82석을 확보했습니다. 해산 직전 19명의 의원만 확보했던 야당으로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로 정국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페낭과 끄다 등 북부 5개 주에서 여당 연합이 몰락해서 여당의 정국 운영에 일정 정도 이상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를 긍정적인 변화의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잠재력을 실천해 낸다면 이번 선거 결과가 말레이시아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Merdeka http://merdek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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