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부터 한국 경제계와 출판계에 ‘아침형 인간’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신규 출판사의 첫 책 ‘아침형 인간’이 대박을 터뜨리자, 아류들이 쏟아졌다. 분위기에 휩싸인 경영자들은 아침형 인간을 부르짖었다. 그 여파로 애매한 저녁형 인간들만 곤욕을 치렀다.
자발적인 아침형 인간이야 상관없지만, 기업의 이익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재생산되는 아침형 인간에 관한 열풍은 왠지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그 때문인지 아침형 인간을 좋아하는 중간 관리자는 경영진에 아첨하는 아첨형 인간이라는 이야기마저 있었다. 물론 자발적이라면 그러한 아침형 인간은 축복받을 일일 것이다.
난데없이 아침형 인간을 끄집어 낸 것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접하면서 든 생각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체질화된 아침형 인간이었다. 하루 다섯 차례 기도하는 무슬림들은 참 부지런하다. 새벽 기도를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화됐다. 하기야 밤 무렵 ‘부어라마셔라’하며 들이키는 ‘알코올 시간’도 없으니 새벽 기상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아침을 알리는 닭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에 모여서 기도를 올리는 것은 ‘부지런함’과 ‘아침 체질’이라는 것 말고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제는 모스크 근처에 울려 퍼지는 기도소리가 낯설지 않지만, 처음에는 새벽의 낯선 기도소리가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희한하게도 군대 말년 시절 김일성 사망 소식을 듣고 전율한 적이 있었는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땅에서 그런 전율의 기분을 느꼈다. 물론 종류와 정도는 다르지만 말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출근 시간이 빠른 대신 퇴근 시간 또한 빠르다. 나는 이 나라 사람들 중 오후 6시 이후에 퇴근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날씨가 무더운 열대 지방이기 때문에 서늘한 아침에 일찍 일을 시작하는 대신, 퇴근 또한 빠르다.
이제는 많이 퇴색했지만 한국에서도 일부 기업체를 중심으로 아침 출근 시간을 앞당기는 문화가 존재했던 때가 있었다. 퇴근 시간은 바뀌지 않아 결국 사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시간만 늘어 조기 출근 제도는 유마무야 사라졌다. 기도 등 자발성이 결여된 두 나라와 다른 문화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인위적인 변화와 적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침형 인간이 사회 전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이 두 나라에서는 술도 마시지 않고, 저녁 일찍 가정으로 돌아가는 게 서민층과 중산층 가정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게 아침형 인간을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인지 모른다. 한국에서도 아침에 일어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녁 약속자리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나이 드신 분들도 대부분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잠이 없다고 하신다.
인위적인 모습이 없는, 태생적으로 아침형 인간인 동남아 무슬림 국가 사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http://merdek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