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정치가문 2세' 나집 말레이시아 신임총리 눈길

3일 공식 취임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6대 총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나집 총리(55)는 통합말레이기구(UMNO) 총재가 총리직을 맡아온 관례에 따라 압둘라 아흐맛 바다위 5대 총리의 뒤를 이어 내각을 이끌게 됐다. 나집 총리는 앞서 지난달 26일 연립정부의 최대정당인 UMNO의 전당대회에서 당 총재로 선출됐다.

◇ 나집 라작 총리가 3일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미잔 국왕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정치 가문의 화려한 2세

나집 총리의 출신 배경과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953년생으로 파항의 쿠알라 리피스에서 태어났다. 2대 총리인 압둘 라작 후세인의 장남이면서, 3대 총리인 후세인 온의 조카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영국 노팅험 대학 산업경제학부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1974년부터 76년까지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정치권 입문은 22세이던 1976년이었다. 부친이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지역구인 파항의 퍼칸 지역구에 출마해 20대 초반의 나이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에도 연이어 국회의원에 당선돼 7선 의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정치권 입문 직후, UMNO 청년 분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78년부터 86년까지 에너지, 통신, 교육, 재무부 등 여러 부처의 차관 업무를 맡았다. 86년부터 99년까지는 문화, 국방, 교육 장관을 역임했다. 또한 88년부터 안와르 이브라힘의 뒤를 이어 UMNO 청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04년 1월 7일부터는 부총리로 재임했다. 이때부터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2004년 3월 국방 장관을 거쳐, 7월 UMNO 부총재로 선출됐다. 차기 총리로 확실히 된 때는 2008년 4월이었다. 당시 압둘라 총리가 그를 후계자로 공식선언하면서다.

 

◇ 취임식에 참석한 나집 라작 총리 부부

#내외 위기감 속에 등장한 6대 총리

총리직 승계 구도는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최대 장애물은 몽골 모델 살인사건 연루 의혹이었다. 그러나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했다. 몽골 모델 살인 혐의로 구속된 그의 측근이 지난해 10월 31일 석방되면서다. 이후 상황은 더욱 나아졌다. 지난해 11월 2일 UMNO 총재 후보로 지명된 것은 올 3월 26일 총재 선출을 위한 전주곡이었다. 지난 1일에는 국왕이 그의 총리직 수행에 동의했다.

나집 총리가 취임하면서 접하게 된 대내·외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10년 만에 찾아온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동시에 어려워진 여당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내각과 주변에서는 일단 도와주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후원자로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총리가 눈에 띈다. 지난해 5월 UMNO를 탈당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4일 재입당원서를 냈다. ‘말레이계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마하티르의 입당은 여당의 세력 강화에 큰 힘이 된다. 당장 7일 있을 보궐선거에서 여당 성향의 표 결집에 공헌할 것이다. 마하티르의 ‘나집 구하기’ 지속성 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큰 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구속자 석방 등 야당에 유화 제스처

나집 총리는 야당과 언론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취임 직후 국가보안법(ISA)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이던 야당 인사 13명을 석방했다. 이들의 석방과 관련, 야당으로부터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남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나집 총리는 천명했다.

또한 안와르 이브라힘의 정의당이 운영하는 야당계 신문 ‘수아라 끄아딜안’(정의의 소리)과 PAS의 기관지 등 2개 신문의 복간을 허용했다. 두 신문은 지난 2월 북부 지역인 페락의 정치상황을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이달 초 3개월간 정간을 당했다. 취임 다음날인 4일에는 2시간 동안 시내를 걸으며 상인 및 일반 시민과 대화를 나눴다.

야당은 그의 이같은 행보가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야당은 또한 국방장관 재임시절 나집 총리가 프랑스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2006년 발생한 몽골 모델 피살사건과 관련됐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나집 총리로서는 7일 보궐선거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13년의 총선이다. 이 기간에 확실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그에 대한 신뢰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기사입력 2009.04.06 (월) 11:10, 최종수정 2009.04.06 (월)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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