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을 타고 쿠알라룸푸르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다양한 군상들을 보게 된다. 우리의 지하철 혹은 전철 문화와 비교되는 이곳만의 독특함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잦다. 질서의식은 그다지 발달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느긋한 성격 탓인지 우리처럼 자리를 잡기 위한 치열한 각축은 없다. 자신이 서 있는 곳 바로 앞에 빈 좌석이 있어도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이들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속도감과 긴박감이 사라진 자리에서 만나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로운 자세가 간혹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은 분명 있다.
less.. 인종이 다양하고 생활수준이 다른 이들이 많이 이용해서 그런지 몸에서 냄새가 나는 현지인들이 많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떠들어도 그냥 방관하는 모습은 이해가 안 간다. 어느 누구도 불평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도 10살 아래로 보이는 중국계 아이 2명이 경전철이 떠나갈 듯 시끄럽게 하며 주변에 불편을 끼쳤지만, 아이의 부모는 천하태평이었다. 외국인인 나는 참을 수 없어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편이 나을 듯싶어 앞에 있는 군상의 태도를 살폈다.
몇 십분 동안 방관하던 부모가 갑자기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귀에 거슬릴 정도의 쇳소리를 내며 주변을 피곤하게 했던 아이는 갑자기 경직됐다. ‘드디어 자식의 잘못된 버릇을 잡는구나.’ 그러나 그건 나만의 기대였다. 아버지는 갑자기 아이의 귀를 잡아끌고 소리를 지르고, 무릎을 때리더니, 왜 돈을 잊어버렸냐고 큰소리친다. 바로 그거였다. 경전철에서 소란을 피운 것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1링깃(260원)을 경전철에서 잃어버린 녀석의 잘못만을 책망하고 있었다.
순간 이곳에서 철저하게 경제적 감각이 발달한 인종으로 대접받고 있는 중국계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주변에 불편을 끼친 자신의 행동은 책망하지 않고, 단지 돈을 잃어버린 사실 때문에 꾸중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아이가 주변과 조화된 삶을 생각하기는 고사하고 자신의 1링깃이 다른 사람들의 수 십 시간보다 소중하다는 ‘억지 철학’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박종현 기자의 Truly ASia, 말레이시아-merdeka.itviewpo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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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led zeppelin in through out door 2008/07/03 18:58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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