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처럼 몸을 움직이기 좋은 때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걷기로 했다. 쌀쌀한 기운도 물러간 듯하니, 걷는 기분이 더 좋을 것이다. 요사이는 출근 시간이 9시여서 느루 잡아 회사로 가기로 했다.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연장을 전혀 챙기지 않았다. 걷는 동안 외국어 공부할 생각도 없었고, 사진기를 누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걷는 기쁨을 얻고 싶었다.


집 앞을 나서자마자 국민은행 직원들이 한창 판촉 행상을 하고 있다. 식목일을 앞두고 조그만 봉투에 ‘씨앗’을 담아 행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청운동에서 접한 국민은행 판촉 행사는 경복궁을 거쳐 세종문화회관, 코리아나 호텔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 행사를 위해서 이치들은 아침 일찍 출근했겠지. 나는 한가로이 이 여유를 만끽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조금은 미안하다. 나눠주는 전단을 죄다 받았다.


서울 도심도 나름 깨끗해졌다. 보행자를 배려하는 문화도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는 상상되지 않았던 보행자 우선주의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보니 1시간 20분이 걸렸다. 출근 시간이어서 빨리 발걸음을 옮긴 탓인지, 이것저것 생각은 죄대로 못했다. 그래도 느낌은 좋았다. 걷는 동안  마주친 몇몇 보행자들이 주는 신선함은 근처에서 도래샘물이라도 마신 것처럼 상큼하다.


무슨 일엔가 단순해지는 성향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아침에 경험한 신체의 경쾌함을 느끼려고, 오후 식사 자리에 가면서도 30분 넘게 걸었다. 행복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른 시일 내에 기회를 만들어 퇴근 시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리라. 해거름 무렵에 한 시간 남짓 주변을 완상하며 집을 향해 걷는 기분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http://merdek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