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 에너지/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1만2000원


놀랍다. 놀라는 경우가 매번이기 때문에 이제 적응이 될 만도 한데도 말이다. 그렇게 많이 다작을 내놓았으면서도 그는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그가 인용하는 문구들과 책들을 보면 새삼 혀를 내두르게 된다. 강준만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풍부한 자료와 분석이 만들어내는 강 교수의 힘

강 교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 만나보지 않았으면서 몇 번씩 인터뷰하고 쓴 것보다도 더 깊은 분석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독서’와 ‘분석’의 힘일 것이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사람에 대한 그의 분석력은 탁월하다. 특정인에 대해 국내에서 선보인 모든 기사와 글, 책들은 다 섭렵한 듯싶다. 나는 강준만 교수에게서 그 진지한 노력의 과정을 본다.


내가 강준만 교수를 처음 접한 것은 <김대중 죽이기>를 통해서였다. 교보문고에서 그 책을 살펴보며 그 시원시원한 필체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후. 그가 던지는 말들은 죽비였다. <이건희 시대>에서 확인한 강 교수의 앞선 시선과 냉철한 사고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에너지>에서도 여실히 실려 있다.


사람이란 보통 기대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실체를 접하게 되면 대개는 흡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류의 말들보다는 ‘겨우’ ‘이 정도네’ ‘꽤 기대했는데’ 등의 말이 튕겨 나오게 된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늘 또 다른 무엇인가를 선사한다.


10인의 매력 이영애, 전지현, 손석희, 유재석......

강 교수는 10명의 이 시대 사람에게서 발견한 쿨 에너지를 해석한다. 이영애, 전지현, 강금실, 손석희, 유재석, 박진영, 반기문, 김훈, 장준혁, 김갑수. 이름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유명 인사들이다. 강 교수는 이들이 매력을 발산하는 지점들 혹은 비판적 시선을 잘도 연결시켜 분석한다. 물론 무수한 자료를 통해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엮어서 보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른 저자들이 유명인에 대해 쓸 때는 대개 인터뷰를 하고 내놓는다. 그러나 강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대상으로 삼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흔적도 별로 없다. 잠시 언급한 게 손석희 아나운서. 어느 모임에서 스치듯 한 번 만난 게 전부였다. 나는 강 교수가 이영애와 전지현을 만났을 것이라는 생각은 더욱 못하겠다.  


남자를 주눅 들게 하는 이영애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간다. “그녀의 주변까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창백하게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라고 한 심재명의 표현을 빌린다. 강 교수는 일반 남성들은 적어도 이영애에게 압도될 수 있다는 말한다. 그 표현에는 ‘죽어도’ 동의를 못하겠지만, “너나 잘하세요”가 주는 메시지의 설득력에는 나도 동의한다.


전지현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욕망 공화국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영화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CF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준 것에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접목시킨다.


강 교수가 펼친 이야기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얻은 것도 많았다. 정치인 강금실이 정작 중요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맥을 못 춘 것은 열린우리당의 ‘호들갑 판촉’의 여파였다는 생각을 굳혔으며, 클래식 음악회와 골프를 치지 않은 ‘포기가 빠른 사람’ 손석희를 다시 믿게 됐다.


‘반듯한’ 유재석, ‘위악스러운’ 김훈

방송국 예능국장보다 큰 힘을 가졌을 것 같은 유재석에게는 ‘반듯한 이미지’의 감옥이 걱정됐고, 박진영을 통해서는 지독한 독종 근성을 재발견했다. 반기문을 영웅으로 규정해버린 사회분위기와 집단적 가치의 대변자 김훈이 허무주의를 논하는 게 진정한 고립이 아닐 수 있다는 고민을 해 본다. 또 5공화국 시절 데스크와 차장이 다 자리를 비운 뒤, 혼자 기사를 썼다는 고백을 했던 김훈의 ‘위악적’인 모습과 한겨레 21 인터뷰 여파로 시사저널 국장을 그만두었던 김훈의 과거를 다시 생각해 본다.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지 못했지만 강 교수가 말하는 ‘장준혁’에게서 한국인의 바람과 꿈을 접했다. 김갑수를 통해서는 오히려 노무현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p 104

손석희의 절제미는 간결미이기도 하다. 손석희 자신은 간결미에 대해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피하려 훈련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믿을 건 못 된다. 간결미는 손석희의 정체성 요소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는 간결미 쪽으로 나갔으리라고 보는 게 옳다.


p 243

김용옥은 자신의 확신을 표현하는 점에서 자유로운 반면, 김훈은 확신 자체에 대한 냉소를 표현하는 점에서 자유롭다.


p 325

만약 노무현이 대통령답게 굴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더라면, 아웃사이더 기질파는 오히려 서운하게 생각하고 노무현에 대한 관심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p 342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한국인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욱’하는 기질이 매우 강한 사람들이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http://merdek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