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선 워싱턴 특파원은 언론계에서 한때 확실한 아이콘이자 대명사로 통했다. 미군의 임베디드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해준 생생한 이야기와 사진은 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때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특파원의 삶이나 이라크 경험 등이 제법 묻어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러나 실상 책은 저자의 독서 이력을 배경으로 해서 특파원 시절 느꼈던 단상과 경험이 적절히 버물어져 있다. 독자들이 어렵게 느낄 요소가 가능한 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7년을 체류했다고는 하지만 특파원으로 바쁜 와중에 원서로 된 책들을 제법 소화해 낸 것 같다. 그것도 본인에게 의미 깊은 책들을 시간 날 때마다 구해 읽는 바지런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날개에 있는 몇 명의 대가들의 가르침을 조금 살펴보자. 힐러리 로댐 클린턴-뻔뻔하게 야한 야심을 드러내라. 콘돌리자 라이스(콘디)-재능을 활활 태우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라. 피터 드러커-과거의 노예가 되지 마라. 스티븐 코비-성공하려면 습관을 바꿔라. 매들린 올브라이트-사람을 커보이게 하는 것은 자신감이다. 조지 W 부시-촌놈 기질도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 참 많았다. 칼럼 하나를 만들기 위해 7 시간이 사용했다거나, 대학시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책이나 전공이 지나고 보니 마치 ‘점 잇기’처럼 의미가 있다는 대목은 내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여러 사람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한국적 특성을 미국과 비교하는 부분을 포함한 미국 이야기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는 한국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도 된다.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그의 무덤덤하지만 날카로운 시각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공직자를 뽑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그들이 평생 공적인 목표를 위해 얼마나 헌신해왔는가 하는 것이다. 선거철에는 갑자기 공익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대개 이력을 보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래서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제부터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어린 시절, 또는 젊어서 공익을 위한 봉사와 헌신을 해본 경험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짐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나는 그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한국 대선에 뛰어든 후보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과거는 묻지 말라’나 ‘그때는 사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 정도 실수는 다 했다’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이들에게 특히.
p 42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로 아주 성질 더럽고 무섭고 극성스러운 직장 상사라도, 아랫사람이 정색하고 들이받으면 꼼짝 못한다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하다. 다만 그들은 강하게 보이는 방법을 알고 잘 연기해내고 있을 뿐이다.
p 78
리더십이란 기술이 아니라 믿음이며, 시스템이 아니라 이해이기 때문에, 리더가 나의 고충을 이해하고 가능성을 믿어준다는 확신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자원봉사자’의 마음이 돼 일하게 되는 것이다.
p 96
스티브 콜이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에서 물러나면서 “나는 편집국장 일을 하면서 불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은 제 정신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어떤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신문사 간부로 사는 것은 “화재경보가 울릴 때마다 그 빌어먹을 기둥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소방관처럼, 자기 자신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생활”이라고 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merdek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