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힘, 듣기의 힘/다치바나 다카시, 가와이 하야오, 다니카와 순타로/열대림/9800원


일본 지식인들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3색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다치바나 다카시를 필두로(셋 중 제일 젊다. 1940년생) 가와이 하야오,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가 읽기와 듣기에 대한 강연을 하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고급 대화가 오간다. 현장에 참여한 청중은 수준 높은 세 명의 대화로 지적 만족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먼저 강연에 나선 사람은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 1928년생이다. 환자를 받는 카운슬러 입장에서 ‘듣기’와 ‘읽기’를 풀어낸다. 환자의 이야기를 정성껏 듣는 것은 듣기 영역이지만, 그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읽기 영역일 듯도 싶다. 말하는 이가 가진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온전히 그와 동화돼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깨닫고 본받아야 할 지침이다.


다독가 다치바나 다카시도 읽기와 듣기는 ‘이해하는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밝힌다. 그가 저술한 많은 책들을 보면 그는 일본의 독서 전도사로 보일 정도이다. 책 한 권을 저술하기 위해 그 1000배가 넘는 책을 보고 인터뷰하기도 했다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보면서 또 의욕을 다지는 이들이 있으리라. 그가 청중에게 전해준 용어 하나는 정보 투입배출비율. 이를 ‘IO비’(정보의 투입-Input-과 외부로 꺼내는 배출-Output-의 비율)로 명명하고,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100대 1의 IO비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책 한번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읽고 오래 생각하고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기에.


두 사람의 이야기에 비해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1931년생)의 말은 좀 어려웠다. 시인이어서인지 시를 많이 언급했을 테지만, 나는 그의 시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그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행간을 읽고 이해라는 것도 포함했다.


이들은 대화에서 읽기와 듣기는 결국 소통의 문제라는 데 공감하는 듯 했다. 문자가 인간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단점을 갖고 있는 데에도 동의하는 듯 했다. 결국 듣기와 읽기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인데, 그 이해라는 것은 결국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기회를 갖고 나중에 한 번 더 읽는다면 보다 철학적인 음미도 가능할 것이다. 


아주 작은 분량이지만 곁에 두고 자꾸 살펴볼 책이다. 읽기와 듣기에 대한 근본적인 사색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각 분야 대가들이 강연을 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한 모습. 이를 통해 저작물을 내놓는 것. 좋은 일이다. 우리에게는 언제쯤 이런 일들을 통해 훌륭한 저작물이 자리를 잡으며 독자를 찾아올까.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http://merdek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