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목은 ‘천가지 이야기가 있는 나라’ 제목은 <인도네시아>. 좋다. 흔히 인도네시아에 관한 책은 대부분 ‘다양성 속의 통일’ ‘미래의 대국’의 수식어를 갖는 것 같은데, 천가지 이야기가 있는 나라‘라는 부제마저 산뜻하다. 책의 내공이 저자의 숨결과 능력의 산물이라면, 제목과 부제는 적은 인원으로도 아기자기한 책들을 펴내는 출판사 <즐거운상상>의 조력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모르지 또? 저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부제목까지 제시했는지를.
내가 보기에도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인 나라이다. 다양한 주제와 이야기가 있는 나라여서 더 그렇다. 그런데 책은 그 점을 잘도 파고들었다. 각 섬과 주요 도시들을 펼쳐놓고 그 안에 그간 경험한 다양한 ‘꺼리’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독자에게 전해준다. 다양한 종교와 종족 이야기, 제자들 이야기, 현지인 이야기, 느낌, 여행이나 체류 시에 주의해야 할 점들을 자신의 경험과 연계해 잘도 풀어냈다. 그래서 책을 펼치는 곳이 바로 읽을 수 있는 곳이고 느낌을 주는 곳이다. 처음부터 읽는 독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을 갖는 지역과 문화현상을 다룬 지역부터 읽을 독자도 제법 될 성싶다.
판매? 글쎄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접하는 이들로서는 약간 어려울 수도 있고, 대부분은 독서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를 차분히 접하려는 시도에 본격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티는 이제 막 인도네시아를 찾으려는 이들이 보기에는 현지어와 현지 지명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오래 머물 것이라면 한번쯤 구매해 놓고, 2년이든 3년이든 머물면서 저자가 말하고 느낀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의미 있을 듯하다. 느낀 것에 자신도 동의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독자들이 찾기를 바란다.
어찌됐건 인도네시아를 아는 이들은 쉽게 읽어 내려갈 듯.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인도네시아의 모습을 이리도 잘 표현해 냈을까. 내 경험이나 생각과 비슷하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책을 내놓지 못했을까.”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재미있다.
p 161
그러나 이슬람 단체의 몇몇 회원들은 찌짝을 잡아 없애야 할 동물로 간주한다.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가 아랍의 다신론자들에게 쫒겨 동굴에서 숨어 지낼 때, 갑자기 찌짝이 우는 바람에 추적자들에게 발각됐다는 이유에서다.
p 171
인도네시아 여자들의 눈은 크고 쌍꺼풀이 져있다. 까만 눈동자가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예쁜 눈이다. 하지만 코는 두루뭉술하게 퍼져 있는 편이다. 콧날이 오똑하고 콧대가 날렵하게 잘 솟은 여자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신부감을 고를 때 눈은 볼 필요가 없고 코만 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쌍꺼풀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반면에, 인도네시아 여자들은 코 높이는 수술을 가장 많이 한다.
p 217
비르빈땅. 알코올 도수는 4.8%, 부드러운 맛으로 한국인 애주가를 사로잡는 이 맥주에는 별 로고가 붙어 있다. 빈땅이 인도네시아 말로 별이라는 뜻이다. 빈땅 맥주의 전신은 하이네켄. 1929년에 네덜란드 회사가 수라바야에 eid조장을 세우고 ‘자바 맥주’를 선보였는데, 하이네켄이 1936년에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그렇게 해서 인도네시아 시장에 하이네켄 맥주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독립 후 수카르노 정부가 하이네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회사와 브랜드 이름이 ‘비르 빈땅’으로 바뀌었다.
p 288
온건성, 인내심, 광란성. 어느 인도네시아 학자는 인도네시아안의 국민성을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어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강하게 응집하곤 한다. 이런 정서를 안다면, 인도네시아에서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merdek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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