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짧은 방학으로 학생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말라야 대학(University Malaya)의 교정에는 크고 작은 소음이 진동한다. 오토바이와 자가용 운전 소리에, 식당 옆에는 공사 소리도 요란하다.
짜증이 날만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의 사고방식의 근저에는 어떤 원리가 작용하고 있을까. 다양한 민족적 구성으로 남을 받아들이는 게 일상화된 것처럼, 다른 환경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도 습관화된 것일까.
나는 이곳에서 동남아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한 특이한 것을 느꼈다. 외국인에게 유독 친절하게 대하거나 관심을 드러내는 동남아 다른 지역에서 경험한 느낌과 달리, 이곳에서 나나는 특별한 이방인이 결코 아니었다. 아무도 나를 이방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저 그러한 사람으로 대했다. 인종의 도가니인 이곳에서 한국인은 눈에 띄는 존재가 분명 아니었던 것이다. 마치 뉴욕에서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처럼 나는 그렇게 대우받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국인을 이방인으로 바라보지 않을 만큼 문화적 다양성에 길들여져 있는 이곳 사람들에게 제2, 제3의 언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었다. 민족에 따라 이들은 말레이어와 인도어, 중국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각종 중국 방언과 인도어, 말레이어가 섞였다가 흩어지는 곳에는 항상 영어가 있다. 적어도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은 모든 말레이시아 국민은 말레이어를 쓰고 알아들을 수 있다. 결국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외국어의 진정한 고향이라며 근래 이곳을 찾는 한국인 ‘기러기 가족’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양함의 장점 속에서는 단점도 있었다. 중국어를 잘 아는 현지 한국인의 말처럼, 이곳 사람들은 어느 언어도 정통적으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영어는 전형적인 동남아식 발음이고, 중국어는 북경어가 아니고, 말레이어는 토종 언어라고 할 인도네시아어와도 많이 구별된다. 모두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깊이보다는 넓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말레이시아는 외국어 연수지역으로 제법 매력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balipark
<박종현 기자의 Truly Asia, 말레이시아-merdeka.itviewpo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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