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말레이시아 현 정부를 공격해 왔던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수상이 이번에는 집권당UMNO(United Malays National Organisation, 암노, 통일말레이국민기구)의 뇌물 관행을 비판했다. 그러나 현 집권 세력의 반격으로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자신의 고향인 끄다(Kedah)의 선거에서 치욕스런 일격을 당한 마하티르는 부정부패를 일삼는 UMNO의 일부세력이 자신이 당선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울화통이 치밀어 하는 발언일 수도 있으나, 집권당 내의 부정부패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마하티르는 끄다주의 꾸방 빠수(Kubang Pasu)에서 치러진 UMNO 대의원 선거에서 후보자 15명 가운데 9위에 그쳤다. 다수 득표자 7명에게만 대의원 자격이 주어져 마하티르는 대의원 자격 확보에 실패했다. 오히려 막내 아들인 무끄리즈가 5위로 대의원이 됐다. 22년간 최고 자리를 차지했던 그가 굳이 집권당의 대의원이 되려 했던 것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UMNO 연례 전당대회의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집권당 대의원 2292명에 뽑히지도 못한 마하티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보다 자극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길밖에 없는 듯 하다.
당연히 현 집권세력의 반격이 나왔다. 현 수상과 부 수상이 나서 마하티르를 공박했다. 전 수상이 현 정부를 공격한다고 수상과 부 수상이 한꺼번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이것이 그들의 문화라면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다.
집권 세력은 마하티르의 발언은 ‘중대한 문제’이며 잘못된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ASEM 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총리는 “나는 관여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꾸방 빠수 지역의 암노 지도자들이 발언의 증거 자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당의 지역 담당자들이 마하티르를 담당해 상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마하티르의 현 정부 공격이 있을 때마다 적극 나섰던 나집 라작 부 수상이 이번에도 적극 대응했다. “그러한 의혹을 마하티르 전 수상이 증명할 수 있다면 윤리위원회에 나와서 밝히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증거도 없이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나집 라작 부 수상은 또 “그가 어떤 일에 집착한다면 우리는 그가 말하는 것을 중지시킬 수는 없다”며 “우리가 개인으로서 그는 존경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든지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략의 흐름을 살펴보면 마하티르로서는 선거 패배도 억울하지만 자신의 힘이 빠진 게 증명된 게 한없이 처량할 법 하다. 집권 세력들이야 갖가지 도구와 무기가 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나눠줄 공직도, 정부 하청 계약 건도 없는 게 자신의 처지라는 것을 마하티르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그가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억울함의 한풀이일 수도 있지만, 정부 내의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펼치는 고독한 싸움일 수도 있다. 어차피 프로끼리는 잘 아는 처지일 테니까.
<박종현 기자의 Truly Asia, 말레이시아-merdeka.itviewpoi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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