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시위에는 경찰 추산 6000명, 시위주최 측 추산 5만 명일 정도로 2007년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 규모였다. 시위현장에서 연행됐다가 석방된 시민들도 1667명이었다. 경찰과 야당의 말이 다르지만 시위현장에서 50 PAS 당원이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족들은 경찰의 최루탄 발사 와중에 고인이 숨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망 원인과 이를 둘러싼 공방 여하에 따라 향후 말레이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 보인다.
버리시 2.0의 쿠알라룸푸르 집회가 끝나자 여러 평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종이매체에서 인터넷 언론까지, 정치평론가에서 일반 네티즌까지 공론의 장에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물론 외신처럼 대대적으로 이날의 집회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나름 절제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고나 할까. 각기 처한 위치와 가치관에 따라 의견이 갈리지만, 보도의 주류는 대체로 이렇다. 시위의 성패에 대한 평가, 앞으로 선보일 정부와 야권의 대응, 장기적인 말레이시아 사회의 변화 전망 등이다.
성패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르다. 친여 매체들은 시위 진압에 비중을 두고, 나집 라작 정부의 강경 대응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쪽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독립언론들은 시위에 야권 지지자는 물론 중산층도 다수 참가했다고 전하고 있다. 중국계와 말레이계, 인도계 등 민족 출신별로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함께 현장을 지켰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안은 있다. 나집 라작 총리가 강경책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야당 성향의 매체들은 나집 라작 총리가 ‘경기장 옥내 집회 허용’ 방침을 번복하면서 정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도 지적했다. 또 최근 2주 사이에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요구한 버리시 2.0이 국내외에서 지명도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간 생활형 운동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향후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분석도 다수 나왔다. 그 이전 45%에서 69%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나집 라작 총리는 이번 시위로 일정 부문 타격을 받았다. 지지율 회복과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친서민적인 정책을 다수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AFP와 AP 등 외신을 중심으로 나집 라작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소비자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 개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1년 안에라도 조기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적 관심 끌기에 성공한 야권은 투표제도의 공정성 확보를 계속 거론하며, 국민전선(바리산 내셔널)의 장기 집권의 폐해를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뚜 말레이시아(하나의 말레이시아) 정책이 공허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야당으로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 지지기반 확대라는 공통 분모는 있지만, 야당연합의 정강정책 자체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과 도시 젊은층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 등 여러 성향을 가진 야당의 단일대오를 언제까지 형성할지도 미지수다.
말레이시아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전망과 기대가 난무한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강력한 집행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칼럼이 더러 눈에 띈다. 하지만, 진보적인 정치학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시민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 성향을 지닌 시민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원천 봉쇄한 점에서 전망을 끄집어낼 수 있다. 큰 흐름에서 말레이시아 사회가 변화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민족을 떠나 의식 있는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있기에, 야당이 지지도를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http://merdek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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