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삐(Merapi) 화산 폭발로 폐쇄됐던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족자) 국제공항이 다시 문을 열었다. 머라삐 화산 폭발이 멈추지 않았지만, 다소 진정되자 20일부터 공항이 업무를 재개한 것. 동시에 인도네시아 당국은 머라삐 화산 폭발 지역을 중심으로 접근 제한 지역을 반경 20km에서 5km∼10km로 좁혔다.

공항이 정상 가동되면서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족자 정규편을 다시 운항했다.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도 자카르타-족자에 기존 하루 여덟 편 대신에 두 편의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발리-족자 노선에도 기존 두 편 중에서 한 편만 운항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은 당분간 안전문제로 야간 운항은 하지 않고, 주간에만 운항할 방침이다.

한편 족자 최고의 관광지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16일부터 2층까지만 재개방됐다. 11일부터 화산재 등을 치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작업 완료까지는 꽤 시일이 걸일 것으로 보여 당분간 사원 전체를 개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소년 오바마 동상이 철거되는 이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멘뗑 공원에는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을 한 소년 동상의 손 위에 나비가 앉아 있는 동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소년 시절을 표상한 동상이다. 일부 관람객의 인기를 끈 이 소년 동상이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크기 2m 무게 30kg의 동상으로 공원에 설치된 동상 철거에는 인도네시아 여론이 배경이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5만6500명이 페이스 북을 통해 동상을 철거하라는 요구가 비등했다. 대신 인도네시아의 국가 정체성을 드러나는 기념비를 세우라고 요구했다. 공원에는 나라에 공적을 세운 사람이나 위인의 동상이 들어서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요구였다.

공원을 관리하는 자카르타 당국이 결국 시민들의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소년 동상은 1960년대 후반 오바마가 어린 시절을 보낸 멘뗑 원 초등학교 인근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도 철거한 동상을 오바마가 다녔던 학교로 이전하는 게 낫다는 흐름이었다.

‘작은 베리’로 불리는 소년 오바마 동상 제작에는 인도네시아 예술가들의 도움이 컸다. ‘작은 베리’는 오바마가 인도네시아 학교에 다니던 시절 친구들에게 알려진 이름. 미국 하와이 태생인 오바마는 이혼한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결혼한 이후 1967년부터 4년간 자카르타에서 생활했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는 3월 예정된 오바마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앞두고 그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여론의 일부 흐름과는 대조된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아세안 시장, 이제 싼 물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코트라가 아세안 4개국 시장을 비교해 내놓은 분석이다. 아세안은 최근 급격히 황금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분석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으로 아세안 10개국 중 인구 대국들이다. 2억2000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나머지 국가들의 인구도 각기 70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4개국의 인구는 약 4억7000만 명으로 아세안 전체 인구 5억7000만 명의 83%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는 15년동안 13배의 소비시장 팽창

4개국의 소비시장 규모는 3300억 달러로 추정되며, 1990년부터 15년간 소비시장도 크게 확대됐다. 인도네시아의 소비시장이 이 기간 동안 13배 늘어난 것을 비롯해, 베트남 5배, 필리핀 4배, 태국은 3배 성장했다.


코트라는 4개국을 상징하는 최근 경향도 설명했다. 코트라가 꼽은 최근 경향은 베트남의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필리핀의 ‘고급스러움(Luxury)’, 태국의 ‘편리성(Convenience)’, 인도네시아의 ‘안전(Safety)’이었다.


중산층의 변화-고급, 편리, 안전, 엔터테인먼트 추구

그렇다면 코트라의 제안은 무엇일까. 최근 트렌드를 따르라는 게 핵심이다. 신흥 중산층의 취향과 경향에 주목해, 기존의 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이들 국가의 실정에 맞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코트라는 각국의 트렌드를 반영해 성공한 사례를 예시했다.


먼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라는 상징어답게, 온라인 게임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2005년 약 300만 달러에서 올해는 약 5000만 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필리핀 시장은 애플사의 MP3 아이팟이 대변한다. 의사와 간호사, 엔지니어 등으로 일하는 해외 근로자 가족이 신흥 중산층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프랑스 생수 다농 인도네시아에서 전 세계의 12% 소비

편의성으로 요약되는 태국은 콘도미니엄 시장이 크게 팽창했다. 방콕 신흥 중산층의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90% 이상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다농(Danone)의 생수가 많이 팔린 인도네시아 시장은 안전을 우선시하는 신흥 중산층의 경향을 드러낸다. 이 생수는 인도네시아에서 세계 생산량의 12%가 팔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흥 중산층은 제품을 구매할 때 포장지의 안전마크와 품질인증마크 표시 등을 세밀히 확인한다.


코트라가 내놓은 아세안 시장 진출에 관한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는 아래와 같다.

□ 성공사례

트렌드

제품(브랜드명)

성공 요인

베트남

맥주

(Tiger Beer)

세계적 유명브랜드

부를 상징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전략

온라인게임

(Swordsman)

온라인게임시장 선두 진입을 통한 시장선점

필리핀

여성의류

(ZARA)

고급명품 브랜드로 이미지.

필리핀 유명 쇼핑몰과 백화점 입점

남성의류

(Lacoste)

부를 과시하는 브랜드로 홍보

태국

제과점

(Gateaux Hous)

제품 다양성.

편안한 점포 인테리어를 통해 외식이 가능한 제과점

콘도미니엄

(Plus Property)

지하철역 반경 500m~1km범위 내의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콘도미니엄 공급

인니

음료

(Pocari Sweat)

선진국에서 인정받은 안전한 음료 이미지 홍보

경쟁상품인 ‘게토레이’보다 우수한 가격경쟁력 확보


□ 실패사례

국가

제품(브랜드명)

실패 요인

베트남

맥주

(Laser raught Beer)

유통망 확보 실패(진입 당시 이미 맥주 대리점,

식당들이 기존 진출 브랜드와 독점계약 체결 상태)

유아용품

(SEBP Breast Pump)

독점 에이전트 계약으로 수입 상품을 판매했으나,

제조업체측의 광고비 지원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대중매체 광고 소홀

태국

제과점

(Roti Boy)

저렴한 가격 외에 지속적 경쟁우위 원천이 없음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의 부족

인니

패스트푸드점

(Arby's)

브랜드 인지도만을 바탕으로

맥도날드보다 30~50% 높은 가격으로 판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http://merdeka.kr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3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다처제가 불법이라는 결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슬림 남성이 두 번째 아내를 두겠다며 소송한 데 대해 허용 불가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남성이 여러 명의 아내를 두기 위해서는 첫 번째 부인이 임신을 할 수 없거나 아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등 법이 정한 몇 가지 규정에 따를 때만 가능하다. 물론 남편의 요청에 첫 번째 부인이 동의했을 때도 가능하다.


소송을 건 남성은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관습은 인도네시아 헌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다며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사법 당국은 “결혼의 원칙은 일부일처이고, 일부다처는 헌법과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어긋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경우에 특별한 요구와 절차를 거친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부다처제는 극히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며 소극적 해석을 내린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내법은 공무원들은 여하한 경우에도 여러 명의 아내를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이나 장관 등 임명직 고위관료에 대한 제한 규정은 두시 않고 있다.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관습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남편들이 많다.


여성을 중심으로 인권단체의 반발이 없을 리 없다. 여성 인권운동가들은 일부다처제는 여하한 경우에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방송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슬람 성직자인 Gymnastiar가 두 번째 아내를 맞았다고 밝히자 여성단체와 진보적인 이슬람 학자들이 이를 크게 비판했다. 그가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은 취소됐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www.merdeka.kr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에 공항과 도심을 잇는 고속 전철이 착공된다고 밝혔다. 공항공사(PT Angkasa Pura II)와 철도청(PT Kereta Api)의 합작법인인 레일링크(PT RaiLink)는 22일 자카르타 도심과 수카르토 하타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고속전철을 2009년까지 완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방문해본 사람들은 느끼는 것이지만 인구 1000만이 넘는 자카르타는 만성적인 정체와 교통체증으로 시달리는 도시다. 자카르타 시내와 변두리에 각각 900만 명과 50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교통 체계와 운송수단이 원활하지 못해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18 km에 이르는 공항-도심 철도 완공에는 1억8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착공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2006년 기준으로 수카르노 하타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3000만 명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들 중 최대 20-30%의 승객이 이 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시라울 히다얏(Masjraul Hidayat) 레일링크 사장은 이 전망치에 근거해서 연간 900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2009년까지 전철이 완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관료주의 등의 체질적인 문제로 각종 사업의 진척이 더딘 편이다. 모노레일과 경전철 건설도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각종 문제 때문에 사업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www.merdeka.kr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 이틀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은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남아시아 3개국을 일주일간 공식 방문하는 아베 총리의 첫 일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포괄적인 경제동반자협정(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EPA)을 서명한다. 또 2008년 양국 국교 수립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정상간 친목을 강화한다. 이상은 인도네시아 외무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EPA는 자유무역협정(FTA)를 변형한 것으로 단순히 관세를 철폐하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한다. 양국은 관세를 점차적으로 없애고,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추가 이익을 제공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EPA는 무역 서비스, 관세, 광물자원, 지적재산권 보호, 정부조달 사업 등 많은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이면서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인도네시아는 2006년 217억 달러를 수출하고 55억 달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다. 인도네시아에는 1000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최근 동북아 지역과 협력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오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행보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동북아와 접촉 횟수와 면적을 늘리며, 한-중-일로 대표되는 동북아의 경쟁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아베의 이번 방문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아베 총리의 인도네시아 방문한 데 이어 인도와 말레이시아를 연이어 방문한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www.merdeka.kr



8월 8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아세안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공산주의 확산에 위협을 느껴 해양부를 중심으로 동남아 5개국이 참여해 1967년 설립됐다. 초기 회원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그 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가 차례로 가입해 명실상부한 동남아 지역기구가 됐다.


1960년대 각종 국가 분쟁이나 전쟁 위협에 노출됐던 동남아에서 적어도 단 한 차례도 국가 분쟁이 없었던 것은 아세안의 확실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환경보호, 불법 자금, 인도주의 문제를 놓고 아세안이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개별 회원국 국민들이 아세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은 조직이나 모임은 결코 성공한 조직체라고 할 수 없다.

아세안 사무국


아세안의 연례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개최국 국민들은 교통 통제와 체증 등 불편을 겪는다고 짜증을 낼 정도로 아세안은 성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엘리트 중심주의’ 혹은 ‘지도자들의 사교 클럽’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아세안의 문제 제기 방식과 해결방식은 철저하게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갖는 한계일 것이다. 또한 회원국에 합의 사항 이행을 강제할 규정이나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세안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아세안은 일반 시민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고, 또한 합의 사항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 가령 무비자 방문 기간과 대상을 확대하고, 연무 등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길도 넓혀야 한다. 퇴역 정부 관료들이 골프나 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세안은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있는’ ‘아세안 웨이’(ASEAN Way)에 발전적 변화를 가할 때가 됐다.   


그나마 아세안이 오는 11월 싱가포르 회의에서 ‘아세안 헌장’을 내놓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merdeka.kr


나들라툴 울라마(NU)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 단체인 무하마디야(Muhammadiyah)가 3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납치한 한국인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3000만 회원을 거느린 무하마디야의 딘 샴수딘 회장은 탈레반의 인질 납치 사건을 비판했다.


딘 샴슈딘 회장은 “결코 정당하지 않는 행위이며 이슬람 원리와 가르침에도 반한다”며 “세계인에게 이슬람과 무슬림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탈레반의 행위는 “인도주의 보편적 원리에도 어긋난다”며 “탈레반은 한국인 피랍 인질들을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하마디야는 이와 함께 인질로 억류돼 피살된 한국인 유가족에게 사의를 표하며 “신이 이 어려운 시간에 그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하마디야의 홈페이지 http://www.muhammadiyah.or.id


박종현 기자의 독립 세상, Merdeka. http://merdeka.kr


 정치와 경제의 촉수만을 가지고는 지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 지역의 문화의 지층을 알아야 한다. 문화의 지층은 문학 작품 속에 가장 잘 표현된다. 물론 문학은 언어라는 거울을 통해서 드러난다.

인도네시아 문학의 자존심이자 상징이었던 Pramoedya Ananta Toer.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선생의 문학을 통해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들려준 문학박사 고영훈 교수님의 조선일보 기고를 전재한다. 블로거 당사자의 글만을 오롯이 실어왔던 이 블로그의 방침과는 어긋나지만, 좋은 글을 네티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싣는다.

다음은 조선일보에 실린 글의 전문




제국의 하수인 되기 원했던 인니(印尼) 귀족들 


[21세기와 고전] 4. 아시아의 시련과 도전 ⑦ 쁘라무디아 ‘인간의 대지’


루카치(G. Lukacs)가 말한 것처럼, 역사소설이란 역사적 사건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우리에게 끄집어 와서 그 진정한 상황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태생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른 쁘라무디아(Pramoedya Ananta Toer: 1925~2006)의 ‘인간의 대지’ 4부작은 그런 의미에서 역사소설의 몫을 다했다. 쁘라무디아는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미국에서 더 유명한 인도네시아 소설가로 중국의 루쉰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그가 쓴 이 소설은 인도네시아의 ‘언론의 아버지’ 띠르또(Tirto Adhisoerjo)를 모델로 하고 있다. 쁘라무디아는 언론을 통해 민족의식을 일깨우려 노력한 띠르또의 행적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 쁘라무디아는 띠르또를 알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입을 받았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인도네시아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소설의 시대 배경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로 이 시기는 350년 동안 네덜란드 지배를 받은 인도네시아 땅에 민족의식이 태동하는 시기다. 작가는 주인공 밍꺼를 통하여 언론인 띠르또의 사상과 활동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밍꺼는 네덜란드식 교육을 받은 자바의 귀족 집안 아들로서 민족의식을 일깨우는데 있어 언론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는다. 처음에는 네덜란드어 신문에 동족의 아픔을 고발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검열 등으로 여의치 않자 직접 인도네시아어 신문을 창간한다. 의술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밍꺼는 네덜란드계 혼혈 아넬리스와 사랑에 빠져 이슬람 전통에 따라 정식으로 결혼하지만, 토착인의 신분으로 혼혈인과 결혼할 수 없다는 식민통치 정부의 판결로 혼인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생이별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밍꺼의 저항의식이나 식민통치의 부당함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밍꺼는 인도네시아의 민족운동을 주도한 이슬람동맹 운동에 투신한다.


쁘라무디아는 이 작품을 통해 식민통치의 부당성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왕족이나 귀족문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인도네시아가 식민통치 아래에 놓인 것을 외세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있다. 작가는 인도네시아에 정치부재의 관료국가가 존재했던 것은 식민통치 정부의 정책에도 기인하지만, 독립투쟁이나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식민통치정부의 하수인이 되기를 원했던 토착 귀족들의 수동적인 태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유명한 동남아학자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과 직접 교우하기도 했던 쁘라무디아의 민족에 대한 생각은 앤더슨이 민족주의를 설명하면서 주장한 이른바 ‘상상의 공동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앤더슨이 주장한 바와 같이 인쇄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한 신문과 소설이 민족공동체의 실재를 구성하고 재현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고 짚은 것은 쁘라무디아가 ‘인간의 대지’ 주인공 밍꺼를 통하여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네시아어의 사용을 주장한 것과 맥이 통한다.


개별 국가의 민족의식보다는 글로벌리즘이 먼저 대두되는 지금 시대에 쁘라무디아의 ‘인간의 대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주인공 밍꺼는 식민통치의 부당함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서구의 발전된 문명은 수용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소설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협소하고 이기적인 개념의 민족이 아니다. 그의 민족은 식민통치를 비롯한 모든 부자유스러운 상황을 털어버리는, 보편적인 인간으로 구성된 민족이다. 그의 모든 작품을 잇는 끈이 ‘인류애’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설 제목 ‘인간의 대지’는 결국 ‘인간이 제 구실을 하는 무대’를 희구하는 것이다.


[고영훈·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교수 ]


역사상 중국과 인도의 영향을 동남아시아처럼 많이 받은 곳도 없다. 동남아의 많은 지역이 인도화 과정을 거쳤고, 중국 문화가 수 세기에 걸쳐 유입돼 오늘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는 동남아가 중국과 인도 사이에 걸쳐 있는 지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21세기에 동남아처럼 긴장하고 있는 지역도 많지 않다. 그 긴장감은 수동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돼 나타나고 있다. 상대편인 중국과 인도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역 맹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동남아 공략은 상승작용을 불러일으켜 그동안 막강한 영향력을 펼쳤던 일본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당장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의 자유무역지대(FTA)는 2010년 완료된다. 아세안과 중국의 무역액은 년 40% 이상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8년에는 2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옹 켕 용(Ong Keng Yong) 아세안 사무총장도 23일 싱가포르에서 미국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세안과 중국의 협력이 더욱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안-중국 자유무역지대는 소비자 인구만 18억이 넘어 세계 총인구의 30%에 달하고 무역액은 2조액을 넘어선다. 중국에게 아세안은 제조업 성장을 위한 확실한 시장이면서, 에너지와 광물 등 천연자원의 공급 지역이다. 


박종현 기자의 Truly Asia, 말레이시아 http://merdeka.itviewpoi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