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초식 사파리’ 감성 체험

31일 개장… 코끼리·기린 등 5종

곰, 사자, 호랑이…. 무서운 야생동물이 많은 에버랜드의 사파리. 사파리 투어를 좋아하는 이들도 이들 동물 앞에는 감히 접근할 수 없다. 그간 에버랜드에서는 철저한 방비책을 마련한 뒤에야 버스와 지프로 동물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이 두려움을 내려놓아도 된다. 물론 그 두려움을 내려놓을 대상은 무서운 동물이 아닌 온순한 동물이다.

◇남들보다 먼저 기린에게 먹이를 주는 기쁨을 만끽한 어린아이.
31일부터 에버랜드에 ‘초식 사파리’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초식 사파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동물 친구는 모두 5종. 코끼리·기린·얼룩말·타조·낙타가 모두 29마리다.

초식 사파리 개장과 함께 에버랜드는 ‘감성 체험’을 홍보 문구로 내걸었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 만지고 교감할 기회가 늘었다고 강조한다. 초식 동물이 육식 동물에 비해서는 보다 친숙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에 체험 요소와 접목해 방문객의 눈길을 끌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키 큰 기린에게 ‘당당히’ 먹이를 주면서 아이들은 밀림의 왕자 혹은 밀림의 공주로 느껴도 좋을 것이다. 에버랜드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에버랜드는 관람객의 눈높이를 높이는 시설을 마련했다. 코끼리가 물놀이를 즐기는 수영장과 기린의 눈높이에 맞춰 높이 3.8m의 데크를 마련한 것. 코앞에서 5톤의 몸무게를 지닌 코끼리와 4.5m 기린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물의 시선 처리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어 관심을 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간 내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초식 사파리의 등장으로 에버랜드의 사파리 월드는 백호 사파리, 곰 사파리와 함께 세 종류가 됐다. 세 곳을 합한 사파리 월드에는 동물 8종류, 184마리가 서식하게 된다. 초식 사파리 광장은 백호와 황호가 서식하고 있는 ‘백호 사파리’ 옆에 마련된다. 면적은 4321㎡.

에버랜드는 초식 사파리 개장에 즈음해 버스 2대를 추가 도입했다. 사파리 투어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대신 관람 시간은 늘렸다. 그간 백호 사파리 등의 관람 시간이 짧다는 의견에 따라, 초식 사파리 관람 시간은 15분으로 늘렸다.

에버랜드의 초식 사파리 투어는 사파리 버스 투어와 스페셜 투어의 2종류 방법이 가능하다. 버스 투어는 자유이용권 소지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은 있으나 지프로 둘러보는 스페셜 투어도 인기몰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얼룩말 무늬로 디자인된 사파리 투어를 위한 지프에는 최대 6명까지 합승할 수 있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일 듯. 아이들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출을 제법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은 된다. 비용은 15만원.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1500년전 악공 우륵의 혼 잇겠다”

중요무형문화재 고흥권 선생의 수제자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 모든 사람 매료
오동나무 건조하는 데만 5년 넘게 걸려


사라진 왕국이지만, 가야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가야의 역사를 오롯이 전하는 게 가야금이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 덕분에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전통악기다.

가얏고로도 불리는 가야금은 대가야의 흔적이 짙은 고령의 자랑이기도 하다.

가야금은 칼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리의 세계를 꽃피운 도구였다. 이 때문에 악공 우륵은 1500년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소설과 영화와 음악에서 되살아난다.

고령에서 가야금을 만드는 명인을 만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고흥권 선생의 수제자인 김동환(42)씨. 김씨가 가야금을 만드는 장소는 고령읍 우륵박물관 옆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방. 고령군이 서울에서 거주하던 김씨를 5년 전 초청한 것은 대가야와 우륵의 혼을 잇겠다는 생각에서였다. 20년 가깝게 가야금 제작에 혼을 불어넣었던 젊은 명인이 그렇게 고령과 인연을 맺었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공명반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줄을 뼈대로 한다. 세로로 맨 줄마다 안족(雁足·기러기발)을 받쳐놓고 손가락으로 뜯어 소리를 낸다. 그는 가야금 제조는 시간과 정성이 빚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전통 악기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동나무를 건조하는 데만 5년이 걸리고, 건조한 나무를 깎는 데 한 달이 걸립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야금 제작 기간이 긴 것은 아니에요. 가야금의 음색이 수천 년 넘게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요.”

김씨의 고객은 일반인에서부터 음악대학 교수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국악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주고객이다. 얼마 전에는 “가야금의 소리에 반했다”며 독일인이 3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대개 12현 가야금을 만든다. 간혹 25현은 물론 18현과 21현을 찾는 이들도 있다. 12현을 제외하고는 주문 제작 방식인 경우가 많다. 보급용은 보통 100만원 이내이지만, 연주용은 1000만원에 가깝다. 그러나 대중 악기가 아니다 보니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겨레가 인정한 악기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가야금 소리를 듣고 감동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악기여서만은 아닙니다. 소리가 주는 매력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가야금이 가족이자 동료로 보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가족은 어쩌다 한번 만나지만 가야금은 지속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이다.

고령=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고령' 신비의 고대왕국 대가야의 혼 서린 곳

토기·철기·가야금 등 찬란한 문화의 꽃피워
4월 8일부터 ‘용사의 부활’ 대가야 체험 축제


가야는 다른 왕국과 달리 우리 역사의 자장에 완벽하게 들어오지 못했다. 승자의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게 가야다. 시대가 바뀌면서 가야는 사라져서 기억되는 왕국이 됐다. 죽은 왕들의 고장이라고 해도 될 곳이 경북 고령군이다. 이곳은 봄이면 대가야를 추억하는 기억의 의식을 펼친다. 유독 올해는 봄이 문지방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지만, 가야를 기리는 이들이 올해는 더 많아지길 바라며 고령을 찾았다. 고령은 1500년 전 신비의 고대왕국 대가야의 본거지였다. 대가야는 금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고령가야 성산가야와 함께 가야연맹을 이룬 나라다. 고령을 중심으로 번성하면서 후기 가야연맹을 주도했다. 500년 이상 존속했지만, 562년 신라에 복속되고 말았다.

◇철기 문화가 앞섰던 대가야 왕국의 본고장답게 고령을 지키고 있는 대장간.
경주와 부여에서 맛보았던 맑은 공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예년과 달리 황사가 반도 땅을 뒤엎었다는 소식과 달리, 고령은 청명했다. 고령 안내지도를 펼쳐들었다. 고령읍은 거대한 박물관이다. 가야 역사 주제관이라고 해야 할까.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지산동 고분군, 대가야왕릉전시관, 우륵 기념관, 양전동암각화가 눈길을 끈다. 가야가 한반도를 통일했다면 어땠을까. 이곳을 찾는 사람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에는 토기와 철기, 가야금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대가야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났다. 이곳의 4D영상관에서는 대가야는 멸망했지만, 그 정신이 후손을 통해 면면히 이어 오고 있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었다. 대가야왕릉전시관에 들렀더니, 지산동44호분의 내부를 재현한 순장무덤을 볼 수 있었다. 순장무덤을 야생에서 혼자 접했다면 소름이 돋았을 테지만, 이곳에서는 역사와 기록으로 다가왔다.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와 대가야박물관을 거쳐 고령읍 주산(310.3m)에 올랐다. 경주의 고분처럼 우뚝 솟은 왕의 무덤들이 산길을 타고 오른다. 고분을 보며 여인의 젖가슴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해진다. 간헐적으로 산을 타고 있는 이들이 보인다. 등산객들은 이곳을 지나면서 인간의 삶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가야의 고분이 역사를 갖게 된 것은 고작 한 세대 전이다. 가야가 역사에서 사라진 것처럼 고분도 사라진 기간이 오래 지속됐다. 조선시대 남명 조식이 1560년대에 고령의 산을 덮은 무덤들을 보고 “산 위에 이 뭣꼬!” 하며 놀랐다는 기록만이 전할 뿐이다. 마을 주민들도 ‘무덤산’이라고 부르며 놀이터로 생각할 정도였다.

◇고령읍 주산의 고분군은 사라진 왕국 대가야를 알려주는 보물 창고다. 이곳에는 다음 세상을 믿었던 권력자와 순장자들의 사랑과 미움도 함께 용해돼 있다.
그러다가 발굴이 이뤄진 때가 1970년대 후반이었다. 44호분이 발굴된 1977년에 고분에는 도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주산에는 순장 묘인 지산동44호분과 45호분을 포함해 200여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주산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늘어선 고분 곳곳에서 가야의 숨결을 느낀다. 왕과 귀족의 무덤에서 대가야의 위상을 떠올려 본다.

지산동 44호 분에서 왕과 함께 순장된 이들은 30여명으로 추측된다. 순장자의 신분과 나이는 다양하다. 여덟 살 여아에서 할아버지, 시녀에서 호위무사. 왕과 함께 순장된 이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내세가 있다고 믿는 시대였을지라도 무덤의 어둠 속에서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해진다. 다만 순장된 이들의 일부 시신의 두개골에 구멍이 나 있는 게 있다. 죽여서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마침 천년의 시간을 이어주려는 듯, 까치 몇 마리가 고분 주위로 날아든다.

고령군은 대가야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다음달 8일부터 나흘간 ‘2010 대가야 체험축제’를 연다. 올해의 주제는 ‘용사의 부활(Return of the Heros)’. 대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금관의 위용을 갖춘 왕권국가에 대한 그리움과 경외의 뜻을 담았다. 대가야의 갑옷과 투구를 만들고, 역경을 이겨내며 왕관을 지켜내는 용사들의 역사재현 극도 접할 수 있다.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고령 5일장의 역사적 의의는 남다르다. 부보상계원 150여명이 남아 있을 정도다. 조선 후기 부보상 단체인 상무사의 맥이 이어지는 고장답다.

철기의 고장답게 대장간을 지켜온 붉은빛을 발산하는 대장장이의 손놀림이 유독 눈길을 끈다. 참나무 숯 용광로에서 호미와 낫 등 온전한 농기구를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의 모습이 아름답다. 고령 5일장은 시골의 봄내음을 체험하기에 좋다.

장의 빈 공터에는 닭을 사고파는 닭전이 들어서 있다. 토종닭들이 장날 분위기를 돋우며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식목일을 한참 앞둔 시장의 한 골목은 묘목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묘목들이 옮겨지면 새로운 땅에서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이동 식물원이 따로 없다.

그래도 싱싱한 식물을 보지 못한다면 고령을 여행하는 의미가 반감된다. 벚꽃의 명소인 고령은 딸기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싱싱한 딸기를 따 먹고,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 딸기수확체험도 마련돼 있다. 딸기수확체험 학부모와 아이에게 인기를 끄는 주요 행사다.

고령=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도심의 정원’ 남산서 봄을 만끽해요
[세계일보] 2010년 03월 18일(목) 오후 09:52

남산도서관
∼소월 시비∼남측순환로∼N서울타워∼팔각정 1시간 코스 인기 최고


서울도 봄을 맞을 채비를 단단히 마쳤다. 봄을 느끼기에는 북한산도 좋고, 관악산과 남산도 좋다. 근무 중에라도 짬을 내 잠시 둘러볼 수 있는 게 도심에 자리한 남산의 최대 장점. 직장 동료와 연인과 함께 남산 주변 도로를 걷다 보면 서울에서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얼마 전에 서울시가 추천한 코스를 따라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봄의 교향악’을 접하듯 몸이 가벼워지는 때에 남산은 최고의 추천 코스. 먼저 1시간 코스. 남산도서관∼소월 시(詩)비∼남측순환로∼N서울타워∼팔각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인기 최고 지역이다. 남측순환로를 중심으로 시와 문화재 감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복천약수터 산책로와 야외식물원이 산책구간에 추가된 게 2시간 코스다. 3시간 코스도 있다. 동대입구역에서 출발해 북측순환로를 중심으로 조지훈 시(詩)비, 중앙계단 산책로, 잠두봉 전망데크, 팔각광장으로 이어진다.

기념일이라도 맞이한다면 금요일과 주말에 호텔 이용과 연계해 남산을 거닐어도 좋다. N타워 일대도 추천받는 지역이다. 봄 향기 그득한 남산의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다. N타워가 저녁마다 펼치는 축하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미8군 군악대의 콘서트, 라틴 음악과 안데스 전통음악을 테마로 한 월드 뮤직 콘서트 등이 열린다. 홈페이지에서 ‘러브 프러포즈 콘서트’를 사전에 신청하면 테라스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과시할 수 있다.

남산 인근의 그랜드앰버서더 서울,
서울 힐튼 호텔, 신라 호텔, 세종호텔, 그랜드 하얏트 호텔 등도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이용객은 아무래도 서울 이외의 타지 거주자가 많다. 서울 주민이라도 이벤트로 활용하면 기억에 남는다. 남산의 풍경을 한눈에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들 호텔의 장점이다.

가족의 큰 기념일을 맞아 그랜드앰버서더 서울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봤다. 다른 지역을 찾을까 고민하다 아이들까지 교통체증에 진을 빼게 할 수 없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주말이면 남들이 떠나는 서울에서 잠깐의 일탈을 시도해 본 것. 오후 늦게 호텔에 짐을 풀고 주변을 아이들과 함께 거닐어보았다. 이어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남산으로 올라가는 천연가스 버스 탑승장을 이용해 남산까지 올라갔다. 돌아와서는 여유 있게 식당에서 저녁을 들었다. 조급함도 없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밤에 호텔 높은 곳에 올라보니, 야경도 제대로 들어온다. 어린아이가 남산과 서울의 야경을 동시에 접하면서 저 혼자서 흥분한다. 도심에 자연의 정원, 남산이 있는 서울의 장점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할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그랜드 하얏트도 6월27일까지 패키지를 내놓았다. 금·토·일요일을 이용해 자연 속에서 봄을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남산애(愛) 봄 패키지’를 선보인 것. 그랜드 룸에서의 1박, 파리스 그릴의 브런치 또는 테라스의 점심이 가능하다. 혹은 투숙 기간 내에 저녁식사 2만원 할인을 선택할 수 있다. 체육관과 실내수영장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남산자락의 세종호텔도 6월30일까지 남산투어 패키지를 선보인다. 남산투어 패키지는 남산의 푸른 숲과 함께 서울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도록 준비됐다. 객실 1박과 뷔페식 조식, 케이블카 왕복권, 남산N서울타워에서 서울시내 한복판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관람권이 제공된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남녘 꽃동네 봄축제 만발
[세계일보] 2010년 03월 11일(목) 오후 05:16
구례산수유축제… 18일부터 나흘간… 노란 꽃들의 세상
영암왕인문화축제…
월출산 100리길 벚꽃 열병식
진해 군항제… 4월 1∼11일 흐드러진 벚꽃의 군무

봄은 사실 꽃축제가 전부다. 꽃의 향연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다가온다. 축제는 꽃의 향연을 빛내는 공간이면서 통로다. 겨울 축제는 강원도가 중심이 된다면, 봄축제는 아무래도 남도 지방이 중심이 된다. 동백꽃이 시작된 봄은 광양의 매화축제로 화려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13일부터 21일까지 전남 광양시 다압리에서 열린다. 매화축제는 해마다 100만명의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올해로 14회째. 올해 선보이는 프로그램만 70가지에 이른다.

◇땅끝매화축제
광양매실향토음식경연대회와 ‘섬진강 꽃길마라톤대회’ 등을 기대해도 좋다. 광양의 자랑인 매천 황현 선생의 순국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됐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의 르네상스 시대’를 선언한 광양에 대한 기대는 올해 더욱 커졌다.

광양의 매화문화축제를 이어받는 것은
구례산수유꽃축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일원에서 열리는 축제는 ‘노란 꽃들의 세상’을 만들어 낸다.
◇진해군항제
구례산수유축제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만 80만명에 이른다. 해마다 관광객이 늘어 봄철 지리산의 상징어는 노란색이 된 지 오래다. 올해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통과 현대,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축제를 꿈꾼다.

다음 주자는 20일부터 이틀간 전남 해남에서 열리는 ‘땅끝매화축제’. 올해로 2회째. 해군 군악대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황토 염색과 봄나물 캐기 등 여러 행사가 마련된다.

◇영암왕인문화축제
단일 규모로는 전국 최대인 50ha에 이르는 보해매실농원의 매화 향기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홍매, 청매, 백매 등 다양한 색깔의 1만5000여 그루가 은은한 향기로 상춘객을 맞는다.

꽃축제와는 별개로 고로쇠축제도 열린다. 지리산과 광양 등지에서 고로쇠를 주제로 여러 행사가 열리지만, 장성백양고로쇠축제도 눈길을 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남창계곡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는 13일 펼쳐진다. 고로쇠 빨리 마시기와 고로쇠 채취 체험 등이 마련된다. 올해로 4회째다.

4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유달산 꽃축제. 4월 2일부터 사흘간 유달산 일원에서 열린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35개 행사가 펼쳐진다. 노령산맥의 줄기가 마지막 용솟음한 유달산에서 봄꽃의 향기를 맡으며, 싱싱한 회로 미각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암왕인문화축제는 4월 3일부터 나흘간 이어진다. 축제 기간에 월출산 100리 벚꽃길은 화사한 향기에 취하게 된다.

이번 축제에는 2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구림마을 일원에서 ‘2200년 역사 마을 구림스테이’를 비롯해 ‘왕인 도일문화체험’과 ‘가족이 함께하는 영남도기 빚기’ 등의 행사도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왕인의 고향, 월출산 그림전’과 올해 두 번째인 ‘일본 전통문화체험마당’이 마련된다.

신안튤립축제는 전남 신안군 임자면 신안튤립공원에서 열린다.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펼쳐진다. 주제어는 ‘천사의 섬, 신안! 그리고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축제’다. 전국 최대의 모래사장이 있는 대관해수욕장을 배경으로 해변승마와 해변 청보리길 걷기·모래 조각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경남에서도 축제가 펼쳐진다. 먼저, 영호남 경계가 가까운 경남 하동군 화개면 차문화센터 일원에서는 화개장터벚꽃축제가 펼쳐진다. 4월 2일부터 3일까지. 섬진청류와 화개동천 25km 구간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벚꽃길로 알려진 화개의 꽃길에서 청춘 남녀들은 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 청춘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 ‘혼례길’로도 불린다. 진해 벚꽃 축제도 주목받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진해 벚꽃은 3월26일에 시작을 알릴 것이다.

진해군항제는 다음달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군항제에서는 화려한 벚꽃 군무와 해군사령부 벚꽃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구례·하동=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꽃비 흩날리는 섬진강… 꽃 향기 강물 따라 흐르고
[세계일보] 2010년 03월 11일(목) 오후 05:16
광양·구례·하동… 남도 릴레이 봄소식

봄꽃 소식은 릴레이다. 정월 대보름부터 동백꽃으로 시작된 봄소식은 5월 말 진달래와 철쭉으로 마무리된다. 그 중간인 3월과 4월을 빛내는 꽃이 매화와 산수유, 벚꽃이다. 이들 꽃의 절경 지역이 바로 섬진강이다. 섬진강은 지리산과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지리산 이골 저골을 지나는 계곡물이 섬진강으로 흘러들어서가 아니다. 지리산이 한반도 등뼈인 백두대간의 끝에서 삼남에 뿌리를 두고 세월이 굽이칠 때마다 색깔을 달리한 것처럼 섬진강이 그랬다. 지리산에 바람과 구름이 넘나들 듯, 저지대의 섬진강에는 꽃향기와 물새가 오갔다.

섬진강이 지리산과 별개로 도드라져 보이는 계절은 봄철이다. 이때 섬진강은 원색의 봄꽃으로 물든다. 하루가 멀게 꽃소식이 전해진다. 3월부터 4월까지 섬진강은 꽃비에 젖는다. 느리고 묵직한 섬진강변을 찾는 행렬은 지속된다. 강변의 봄소식은 전남 광양에서 시작돼 구례와 경남 하동으로 이어진다. 광양의 매화는 구례의 산수유에 바통을 넘기고, 마지막 주자는 하동의
쌍계사 벚꽃이 이어받는다. 봄꽃을 주제로 한 축제가 이어져 주말은 물론 평상시에도 인파가 몰린다.

섬진강변을 둘러보는 이들은 세 지역을 연이어 둘러보는 게 보통이다. 구례군청 공무원 서미선씨는 “기차나 비행기가 아닌 버스나 자가용으로 남도 꽃구경에 나서는 분들은 구례에서 광양과 하동에 관한 정보를 묻곤 하신다”고 설명한다. 서울과 중부권에서 출발한 상춘객은 잠잘 곳이 많은 구례에서 짐을 푼다. 그런 연후에 광양과 하동을 둘러보게 된다. 구례는 북쪽으로는 남원, 서쪽으로는 곡성, 남쪽으로는 순천과 광양, 동쪽으로는 하동과 접해 있다. 광양 매화가 절정을 향해 달려갈 때인 이즈음 구례에서는 산수유가 개화준비를 단단히 마쳤다. 서울에서 광양과 구례, 하동은 대략 4시간에서 5시간이 걸린다. 전북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빠져나오자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마을에도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봄비를 머금은 뒤, 산수유는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이 마을 주민 유재경씨는 “겨울이 끝나기 무섭게 봄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개화시기가 빨라졌다”고 설명한다.

산수유 군락과 산수유 시목은 19번 국도를 조금 벗어나면 접할 수 있다. 계곡과 고샅 옆으로 색감을 더해가는 산수유가 가득하다. 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물기를 가득 머금었다. 산수유꽃이 절정에 빠져들 3월 말이면 이곳에서 “숨이 멎을 것 같아”라고 되뇌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산수유마을의 목재 데크는 정비됐고, 주차장은 확장돼 있었다.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구례산수유꽃축제 기간에는 이 마을 골목골목이 사람과 꽃으로 넘칠 것이다.

구례에서는 응당 지리산을 생각하게 된다. 이 영산이 품고 있는 명찰들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화엄사·천은사·연곡사는 구례의 3대 사찰. 이들 절집을 찾다 보면, 역사 공부는 저절로 하게 된다. 더불어 다랑논과 산수유·매화·차밭이 연출하는 원색의 조합이 아름답다.

하동으로 달려가면서 ‘구례 다무락마을’을 찾았다. 다무락마을은 구례읍 계산리 유곡마을에 있는 마을. 하유·중유·상유 마을로 이뤄져 있다. 다무락은 담벼락의 방언. 돌담이 많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체험마을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상유마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강원도의 오지마을 같은 상유마을에서 섬진강의 기운이 여전한 하유마을까지 거의 한 마을 같다. 배나무와 밤나무, 감나무가 즐비하다.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들이 동양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꽃이 피면 향기가 섬진강을 건너 남해까지 이르지 싶다. 이곳의 시골집들은 이제 숙박시설로 이용될 만큼 체험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변하고, 소중한 것들이 자리를 내주는 게 다반사인 세상에서 다무락마을은 변치 않는 추억을 선사할 듯싶었다.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섬진강은 남녘의 봄소식을 다른 곳보다 빨리 그리고 오랫동안 알린다. 매화·산수유·벚꽃·야생차가 만들어내는 노랗고, 하얗고, 푸르고, 붉은 모습이 봄의 활기를 잘 상징한다.
섬진강변에서 이어지는 꽃타령은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의 벚꽃이 이어받는다. 하동으로 넘어가기 직전 토지면 파도리의 ‘다슬기 식당’(061-781-6756)에서 다슬기탕으로 원기를 보충했다. 이 식당은 구례 사람들에게는 가장 이름난 다슬기 전문 식당이다. 맑은 국물과 진한 다슬기가 몸의 노폐물을 밀어내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이 4월 말이면 문을 닫을 것이라고 한다. 장사가 잘되자, 건물 주인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고 용기를 냈다는 것. 대신 섬진강변이 아닌 구례군청 앞으로 5월쯤 식당을 옮길 예정이다.

하동으로 가는 861번 국도는 섬진강과 함께 흐른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달려가는 자동차와 달리, 섬진강은 흐르는 듯 멈춘 듯 조용히 남으로 흘러간다. 벚꽃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섬진강변에는 자동차도 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유장한 강물만 흘러갈 뿐이다. 번잡하지 않을 때, 느긋하게 섬진강 옆으로 난 산책길을 걷고 싶다.

구례와 하동을 잇는 남도대교 옆에 자동차를 잠시 주차하고, 다리 위에서 섬진강을 바라본다. 물이 흐르는 쪽이 어느 쪽인지 모를 정도로 물의 흐름이 둔감하다. 그래서 섬진강을 잔강이라 했나 보다. 남도대교를 건너자 화개장터가 들어온다. 남도대교는 구례 사람들로서는 가장 남쪽이지만 하동 사람에게는 그 아래에도 섬진교와 섬진강대교, 광양대교가 있다.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이 만나는 화개장터는 많이 알려져서인지 예스런 분위기는 많이 탈색됐다.

구례·하동·광양=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버섯 넣어 만든 ‘스님자장’ 향긋하고 담백

스님에게 가끔 대접하던 음식이 주메뉴로
한 달에 몇 차례씩 사찰로 요리 출장 나가


자장면은 인기를 끄는 음식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자장면을 제법 주문한다. 심지어 무슬림인 대학교수도 자장면을 먹고 싶어한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포기하지만 말이다. 스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니, 아무 중국집에나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남반점의 장기철 사장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도 즐거운데, 수입까지 올리니 더 고맙다”고 했다.
그래서다. 청도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음식점이 있다. 금천면 동곡리의 중국음식점 ‘강남반점’(054-373-1569)이다. 이곳의 자장면은 특별하다. 고기가 아닌 버섯 6종류를 재료로 사용해 만든다. 사람들은 ‘스님자장’이라고 부른다. 자장면을 만들면서 돼지기름이 아닌 식용유를 사용한다. 쫄깃쫄깃한 질감이 벌교 꼬막이 주는 쫄깃쫄깃한 맛에 비견된다. 녹차를 넣어 반죽해서인지 초록색 면발이 맛과 모양 모두 향긋하다. 담백하기 그지없다. 뒤끝도 개운하다. 탕수육을 대신하는 음식도 있다. 버섯으로 만드는 탕수채다.

강남반점의 주인은 장기철(53) 신순식(51)씨 부부. 20년 가까이 이 특별한 자장면을 만들어왔다. 스님자장이라는 이름은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언급에서 비롯됐다. 유 교수가 저서에서 이곳의 음식을 ‘스님자장’이라고 하면서 그 이름이 굳어졌다.

“저는 스님자장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대신 사찰자장이라고 합니다. 스님들에게 행여 누가 될까 염려돼서요. 운문사에는 학승들이 많은데 매월 초하루에는 수업이 없어요. 그때 학승들이 외식을 하곤 하는데, 고기 없는 자장면을 드시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고기 빼고, 영양은 많은 표고와 새송이 등 버섯을 재료로 삼아 새로운 요리를 만들게 됐어요.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님에게 가끔 대접하던 음식이었어요.”

◇스님자장                                                                ◇짬뽕
스님이 먹는 음식을 보던 일반인이 ‘나도 저렇게 자장면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다른 손님도 주문하면서 야금야금 알려졌다. 의외로 고기 없는 자장면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이제는 숫제 주메뉴가 됐다.

그래도 고객으로는 스님들이 우선이다. 음식점을 찾던 날 장 사장은 “어제 출장에서 돌아왔다”고 했다. 강원도 어느 절집에서 자장면을 만들어주고 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사찰출장 중’이라는 안내 푯말도 구비돼 있다. 이번만이 아니라,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자장면 제조 출장을 떠난다. 당일 출장을 원칙으로 한다. 불교를 믿어서 전국 각지의 절집을 찾아다니는 게 마냥 즐겁다. 보통 200명분 이상 주문이 있어야 출장을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방시설이 제일 좋은 곳이 사찰입니다. 스님들이 공양을 하기 위해서 현대화된 큰 요리시설이 필요한 때문이에요. 부산 범어사에서 순천 송광사, 인제 백담사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닙니다. 행복하지요. 불교 공부가 절로 돼요.”

청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잔설 물러간 천년 고찰… 솔 향기 가득

일주문 없는 운문사… 소나무가 중생 맞아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졌다. 몸과 마음이 가볍고 맑아졌다. 문제는 날씨다. 봄이 왔다고 생각하자, 시샘이라도 하는 듯 전국의 날씨는 ‘흐림’이다. 맑은 기운 받고 와야겠다. 추천받은 곳은 경북 청도(淸道). 이름 자체가 맑은 기운 가득한 고장이다. 풀이해 보니, 맑은 청(淸)과 길(道)이다. 청도 여러 지역의 들판을 메운 푸른 미나리는 ‘청(靑)’의 다른 뜻과 어울린다. 맑은 고장이 봄에는 푸름, 가을에는 붉음을 자랑하는 듯하다. 씨 없는 단감과 대봉시가 가을 청도의 자랑이니 말이다. 청홍(靑紅)의 색감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곳도 드물지 싶다. 청도는 소싸움과 달집태우기로 유명하고, 화랑정신과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3월에는 ‘청도 소싸움’도 예정돼 있어 찾는 재미가 배가된다. 싸움을 준비하는 소들을 만나기 전에 청도 곳곳을 누볐다.

◇신라 때 세워진 청도 운문사의 말사인 북대암에 봄이 찾아왔다. 하늘 향해 치솟은 암벽 아래 운문사 주위를 나는 새들은 청아한 소리를 빚어내고, 계곡물은 맑은 소리를 내며 저만치 달아난다.
청도를 찾았다면 운문사(雲門寺)와 김씨고택(金氏故宅)을 둘러보게 된다. 먼저 찾은 곳은 운문사. 매표소 옆 석주(石柱·돌기둥)에 호거산 운문사(虎踞山 雲門寺)가 표시돼 있다. 호랑이가 머무는 산에 운문사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광저우의 호거산 운문사에서 그 표현을 빌려온 듯싶다. 운문사는 동양 최대의 비구니 사찰. 300명 가까운 비구니가 공부한다. 4년제 승가대학이다. “속세로 따지면 이화여대나 숙명여대쯤 될 것”이라는 설명이 와닿는다. 그렇다면 다른 3대 비구니 사찰인 언양 석남사와 공주 동학사와 비유될 여대는 어디일까.

다른 사찰과 달리 운문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대신 솔 향기 짙은 푸른 소나무가 바깥 세상에서 온 이들을 맞이한다. 소나무들은 꽤 키가 크다. 줄을 맞춘 듯 정렬돼 있다. 파르라니 깎은 비구니의 머리만큼이나 정갈하다. 산문을 들어서는 이의 마음도 정결해진다. 운문사가 창건된 때는 신라 진흥왕 21년(560년) 시절. 진평왕 30년(608년)에 원광 국사가 중창했다. 국사 시간이면 등장했던 세속5계를 화랑에게 알려준 국사다. 신라 시절 젊은 낭도들의 터전이었던 이곳이 비구니 전문 강원으로 자리 잡은 때는 1958년. 승가대학은 1987년에 들어섰다.

◇운문사 입구는 삼림욕장 만큼이나 공기가 맑다.
사찰까지는 평지와 같은 경사도다. 소나무 숲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화랑이 애국의 마음을 다졌고, 세상을 초탈한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곳이어서인가. 느낌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경내에 들어서자 500년 노송이 반긴다. 경내 한쪽을 가득 메울 정도로 가지가 늘어진 모습에 ‘처진 소나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전체적으로는 모습이 연꽃을 닮았다. 겸허하면서 자비로운 모습이 따로 없다. 노송은 1년에 한번 술에 취한다. 해마다 삼월 삼짇날을 전후해 막걸리 열두 말을 부어준다. 영양 보충이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주류 간접세 수입원인 셈이다.

운문사에서 겸양의 미덕을 충전한 뒤, 말사인 북대암에 올랐다. 운문사에 비해서는 꽤 가파르다. 북대암은 암벽 기슭에 자리했다. 북대암 마당에서 운문사 전경을 바라본다. 운문사에서는 몰랐는데, 이곳에서 보니 동양 최대의 비구니 사찰도 그리 크지 않다. 의미를 찾고자 여기저기 살펴본다. 밋밋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숲 속에서도 겨울이 밀려간 듯하다. 잔설마저 몰아낸 산과, 산이 만들어낸 공간에 자리한 운문사에 초록 빛깔이 번져간다. 북대암 입구에서는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북대암 마당의 높은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까치 소리가 들린다. 맑은 교향곡이 따로 없다.

비구니들의 도량을 벗어나 찾은 곳은 청도의 고택들. 금천면 임당리의 김씨고택은 내시가 살았던 집이다. 그래서 ‘내시 고택’으로도 불린다. 그 사연이 있다. 내시들로만 가계는 16대까지 이어졌다. 1592년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거세된 자들’에게 가계와 가문이 있었다니, 믿기 어려울 수 있다. 답은 바로 입양이다. 내시 집안에 입양시키는 친부모가 많지 않을 듯싶지만, 갖가지 사연으로 입양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가계의 마지막 내시였던 이는 통정대부 정3품 벼슬을 지낸 김일준(1863∼1945). 그가 낙향해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어떻게 알려지게 됐을까. 가계의 흐름을 알려주는 가세도(家世圖)를 통해서다. 가세도가 발견된 때는 1980년. 가계를 알려주는 직함과 이름, 산소의 위치가 기록돼 있었다. 족보가 보통 세로의 종적인 기록이지만, 이 가세도는 횡적인 기록이 다수였다. 가로는 A4 4장을 이어놓은 분량이었지만, 세로는 7㎝밖에 안 됐다. 입양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가세도는 입향시조가 정착해 15대까지 양자를 들여 이어온 내력이 담겨 있다. 김일준은 16대이며, 양아들인 17대에 이르러서는 갑오경장으로 내시제가 없어졌다. 18대부터는 정상적인 부자관계로 가계를 잇고 있다.

◇청도소싸움 축제의 결전을 며칠 앞두고 있지만, 우승 경험을 가진 ‘아만세’ 는 여유만만하다.
추억의 언저리를 넘나들다가 찾은 곳은 이서면 가금동. 17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지는 ‘청도소싸움축제’를 위해 체력 훈련 중인 소를 찾았다. ‘아침에 만난 세상’은 한참 몸을 만들고 있었다. 줄여 ‘아만세’라 불리는 이 소의 몸무게는 660㎏이 넘는다. 아만세는 17일 이전까지 660㎏ 이하로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그가 출전하는 체급 ‘특병’의 한계 체중을 맞춰야 해서다. 소싸움은 사람의 격투기처럼 갑·을·병(특갑·특을·특병 포함)체급별로 치른다. 아만세는 2006년 의령소싸움대회에서 3위로 이름을 알린 뒤, 청도소싸움축제에서는 2007년 4위, 2008년 1위에 올랐다. 소 100두를 키우고 있는 우주(牛主) 예병권(49) 사장에게 아만세는 보배다. 그간 벌어들인 수입은 1000만원이 넘는다. 강둑을 달리고, 차에 태우면서 규칙적으로 강훈을 시킨 덕택이다. 그보다는 사람도 못 먹는 한약을 수시로 먹으면서 사랑을 받은 덕택인지 모른다. 소나 사람이나 잘 먹고 즐겨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법이다. 멀리서 온 기자를 위해 푸른 밭두렁을 거니는 아만세를 보면서, 예 사장이 축제가 끝날 때 “아, 만세” 하기를 기대해 본다.

청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새색시 때 물 긷다 매화 자태에 넋잃어”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청매실농원 대표
매화마을 50여년 땀흘려 일군 ‘매화 명인’
“매화는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해독식품”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은 매화마을로 더 알려져 있다. 원래는 밤나무가 더 무성한 강마을이었는데, 이제 매화의 본고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는 반 세기 가까이 매화마을을 일군 ‘아름다운 농사꾼’의 노고가 있었다.
홍쌍리(68) 청매실농원 대표는 이제 매화를 대표하는 명인이다. 1965년 부산에서 광양으로 시집온 도시 처녀는 농사꾼이 다 돼 농사로 흘린 땀을 아름답게 여긴다. 시부모는 광양에서 알아주는 대농이었다. 시가는 논농사와 밤농사까지 짓고 있었다. 농번기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부리는 일꾼만 30명이 족히 넘었으니 도시에서 시집온 새댁의 수고가 짐작된다.

“일제 징용에 끌려갔던 시아버지가 매실나무 수천 그루를 사들여 섬진강변 백운산 기슭에 심었답니다. 도회지에서 시골로 시집와 농사일을 몰랐는데 매화꽃이 피면 그렇게 기뻤어요. 밤나무야 한국에 지천으로 많았지만, 매화나무는 없어서 밤나무들을 없애고, 산에 매화나무를 심었지요.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그렇게 한 덕택에 해마다 100만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청매실농원을 찾고 있어요.”

스무 살을 갓 넘은 새색시는 이제 일흔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래도 곱던 자태는 여전하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으면 수필이 되고, 시가 된다. 진솔하고 아름답다.

◇청매실농원의 수천 개가 넘는 장독대는 매화를 매화약으로 바꾸는 고마운 생태 공장이다. 홍쌍리 청매실농원 대표는 “흙을 밥으로 삼고, 온갖 식물을 반찬으로 삼을 만큼 농촌을 사랑했다”며 “매화는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해독식품이다”고 말한다.
“원래 고향은 밀양으로 친정이 제법 살았는데, 딸이어서 그런지 친정 아버지가 많이 섭했던 모양이에요. 초등학교까지 나왔는데, 시골로 시집 와서 인생을 제대로 알았지요. 매화는 어느 날 우연하게 내 눈을 사로잡았어요. 물동이를 내려 놓고, 매화의 고운 자태에 넋을 잃었어요. 농사일에 힘들어했던 새댁이 그 길로 매화와 인연을 맺고, 백운산을 꽃동산으로 가꿀 결심을 했어요. 그에 오늘날 이런 모습으로 변한 것이지요.”

사랑을 받아서인지 매실은 무럭무럭 자랐다. 병치레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매실로 치유도 해 보았다. 매실로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청매실농원에서 매실을 재래식 항아리에 삭이면서 매실 발효액을 만들기도 했다. 매실은 음식은 물론 약으로도 사용하며 그는 매실 명인이 됐다. 드라마 ‘허준’에서 매실이 명약이라는 내용이 방송되자, 매실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는 돈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부린 게 있다면 우리 땅과 식물에 대한 욕심이었다. 철따라 민들레, 구절초, 상사화, 도라지꽃 등도 찾아다녔다. 그런 덕택에 이제는 밥상 혁명을 이야기하고, 땅에서 보람을 찾아보라고 조언까지 하게 됐다.

“농사를 지어보니, 호미와 삽이 되기도 하는 농부의 손이 진정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도시화다 산업화다 하면서 세상이 발전하는 것 같은데, 질병이 줄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밥과 먹는 반찬이 잘못돼서 그렇고, 육체노동을 안 해서 그래요. 기회 되면 시골에서 육체노동으로 심신의 피로를 없애는 게 좋아요. 부모님 자주 찾아보고 효도하는 게 실은 내 몸 돌보는 것이지요.”

농촌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알아본 덕택인지, 언젠가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그 말이 잘도 맞아떨어진 듯싶다. “남도를 빛낸 두 명의 ‘리’가 있는데, 소설가 박경리 선생과 매화 명인 홍쌍리 선생이 그분들이다.”

농사를 짓는 게 가족 건강은 물론 나라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 매화 명인이 유독 분주한 시기가 있다.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열리는 때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매화문화축제는 13일부터 21일까지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욕심은 없지만 매화 홍보는 빼놓을 수 없나 보다.

“매화마을 등지에서 공연과 전시, 체험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됐으니, 매화 문화와 함께 섬진강의 남도 문화도 함께 느끼고 돌아가세요.”

광양=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