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에 해당되는 글 27건

  1. 2009/11/20 부패와 전쟁 실패한 말레이시아?!
  2. 2009/11/15 충북 청원의 청정 내음
  3. 2009/11/15 전북 진안은 홍삼의 고장
  4. 2009/11/15 진안 마이산, 천의 얼굴 지닌 부부산
  5. 2009/11/15 추석 당일치기 여행 & 달맞이 명소
  6. 2009/11/14 드레스덴의 한국인 음악도
  7. 2009/11/14 슈만 로드에서 만난 슈만-클라라 부부
  8. 2009/11/14 슈만 로드의 세 도시
  9. 2009/11/14 서울 주변 놀이공원 단풍놀이
  10. 2009/11/14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2008-2009
  11. 2009/11/14 영암의 기찬묏길, 기찬랜드
  12. 2009/11/14 영암 월출산의 가을
  13. 2009/11/14 수덕사의 일본 출신 문화관광해설사
  14. 2009/11/14 덕산 온천, 광시 한우
  15. 2009/11/14 예산 수덕사의 가을
  16. 2009/11/14 궁궐의 눈물, 백년의 침묵
  17. 2009/11/14 때로는 나에게 쉼표
  18. 2009/11/14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19. 2009/11/14 테멜 코틸 터키항공 CEO “터키항공 올 급성장 유럽 4위 도약”
  20. 2009/11/14 아야 소피아 박물관·톱 카프 “최고 걸작품”
  21. 2009/11/14 동서 문명의 격류 품에 안은 보스포루스 해협 '이스탄불'
  22. 2009/11/07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5년 만에 말레이시아 첫 방문
  23. 2009/11/06 "말레이시아는 여행하기 좋은 곳"
  24. 2009/11/05 말레이시아 호랑이 1000마리로!!
  25. 2009/11/03 이번에는 식모가 주인의 음료수에 독극물을....
  26. 2009/11/02 '무슬림이 먹어도 되는 할랄 표준 세우겠다'
  27. 2009/11/01 클란탄 여성가족부장관 "무슬림 남성, 아내 여럿 두려면 싱글맘이랑 하세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최근 발표한 ‘2009년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 지수에 말레이시아도 아파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기업인 등 전문가들이 바라본 한 나라의 공공부문 부패 정도를 나타낸다. 0∼10점으로 나표현된다. 올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5점이었다. 0은 무결점, 10점은 최고의 부패지수다. 지난해의 5.6점보다 0.1점 하락했고, 순위는 전체 180개국 중 40위에서 39위로 조금 올랐다. 브루나이, 오만 등이 한국과 함께 39위에 이름을 올린 것을 생각하면 한국으로서는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56위였다. 지난해 47위보다 미끄러졌다. 몇 해 전 한국보다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한참 뒤쳐졌다. 말레이시아 여야 입씨름도 심하다. 야당은 “국가적 수치”라며 날을 세웠다. 부패와 전쟁을 선언한 나집 라작 총리의 횡보가 말장난이며, 표를 얻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길거리의 경찰관에서 현금을 제공하는 게 예사고, 공사 계약 건에 천문학적인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있다. 그나마 나집 라작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65%이지만, 정부의 반부패전쟁과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74%의 국민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전문가 집단의 우려는 더 심했다.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 이번에 순위가 미끄러진 나라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유일했다. 아세안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처지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부패의 상징국가와도 같았던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26위에서 올해 111위로 상승했다. 말레이시아로서는 부러운 대목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안정적인 통치기반을 확보하면서 반부패 전쟁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현지 칼럼리스트는 한때는 한국보다도 순위가 높았는데, 이제는 비교할 수도 없다며 말레이시아 상황을 비판했다.


그도 그럴게, 올해 순위는 1995년 23위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자연히 경고음을 내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이미지 실추와 외국인 투자 감소를 우려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여당이 전문가 집단은 물론 일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박종현 기자의 독립세상 www.merdeka.kr



충북 청원 옥화 자연휴양림 3㎞ 야간 트레킹 인기

측백나무 숲 그늘에 누우면 도심 찌든 피로 훌훌, 가슴까지 시원

신종플루는 전쟁과 북핵 위협에도 당당했던 반도 땅을 주눅 들게 한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자 낯선 두려움은 좀 더 깊게 똬리를 튼다. 그 낯선 두려움은 전국 곳곳의 축제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게 지역축제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이즈음은 애써 축제 현장을 찾으려 해도 힘들다. 행정안전부의 지침과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살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행사를 취소해서다. 행사는 취소돼도 그곳의 자연과 문화는 남는 법이고, 팍팍한 가정 경제와 옥죄는 일상일수록 탈출구는 필요하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이주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르기만 하다.
이달 20일부터 열흘 넘는 기간 동안 ‘생명축제’를 열려고 했던 충북 청원 지역도 탈출구로서 적당한 곳이다. ‘맑음의 시작’이고 ‘맑음의 근원’이라고 불릴 만한 청원(淸原)에 다녀왔다. 청원은 군청을 청주시에 두고 있다. 청원은 도넛의 뚫린 구멍처럼 청주를 감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서남북 어느 한쪽에 군청을 두면 다른 지역에서는 돌고 돌아야 군청을 찾을 수 있다.

◇야간 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이라는 옥화자연휴양림은 한낮에도 그늘이 진다. 휴양림에서는 온 마음과 전신이 맑아진다.
청원에서는 밤에도 맑고 푸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군청에서 운영하는 미원면의 ‘옥화자연휴양림’은 야간 트레킹에 나서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다. 개장 10년을 맞이하지만 ‘걷기 열풍’이 불면서 최근 부쩍 찾는 이들이 늘었다. 휴양림의 대부분은 측백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측백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무들 중 으뜸이다. 그 뒤로 잣나무, 참나무, 구상나무가 잇는다.

피톤치드가 넘치는 3㎞ 남짓의 야간 산행 트레킹은 도시의 무심한 불빛을 벗어나 사색에 잠기기에 적당한 거리다. 하지만, 야간 트레킹은 젊은 연인과 어린 학생들에게는 부담인 모양이다. 연인들은 그 시간 다른 곳에서 밀어를 속삭이고 싶어서고, 아이들은 캄캄해서 걷는 것을 지레 포기하려 한다. 이때는 이곳에서 일한 지 6년째인 박흥서 사장이 나선다. 아이에게는 “동물들도 곧잘 다니는데, 그보다 똑똑한 너희가 왜 못 걷겠니”라며 끌어들이고, 연인에게는 “어두운 실내에서 벗어나 손 꼭 잡고 함께 맑은 길 걸으면 사랑이 더 깊어진다”고 이해시킨다. 야간 트레킹을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좋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거나 “어두워서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었지만, 마음에 사랑은 가득 담아왔다”는 답례가 돌아온다.

낮에 올라도 이곳은 캄캄하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측백나무들이 좀처럼 햇빛이 통과할 공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한다고 해서, 측백나무 그늘에 누워본다. 일주일 도심에서 찌든 피로가 확 풀리고, 가슴마저 시원해진다.

◇닥나무로 한지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태도가 진지해 보인다.
산길을 타다 보니, 잘 정돈된 길이 탐이 난다. “말들이 다녀도 썩 괜찮을 길”이라는 칭찬에 박 사장은 “안 그래도 내년쯤에 인근 길에서 조랑말을 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답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자, 이번에는 상상 이외의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산속 수영장. 인근 물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파란 ‘숲 속 수영장’의 존재를 무더운 여름에 알지 못했다는 게 못내 아쉽다. 이곳을 먼저 왔던 이들은 적어도 더운 여름에 ‘황제 수영’을 즐겼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여름에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문의문화재단지를 찾은 청원군 주민들이 짚으로 만든 농가의 도구들.
청원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 문의문화재단지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모습은 마냥 푸르다. 아직 햇살을 받지 못한 서늘한 아침은 아침대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한낮은 한낮대로 매력이 있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전통문화를 재현한 곳이 눈길을 끈다. 민화를 그리고, 새끼를 꼬는 어른들이 눈에 띈다.

◇매운탕
문의문화재단지가 외지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곳이라면, 문의면 ‘벌랏 한지마을’은 청원에서도 깊은 산골 마을이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에서도 대청호 주변으로 15㎞ 가까운 산길을 돌아야 나타나는 마을이다. 산길이 나기 전에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원이 아닌 다른 군에서 물자를 실어날랐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체험객 등을 위해 하루에 6대의 버스가 지나고 있지만, 자가용을 운전하는 마을 주민의 운전 솜씨는 산길처럼 어설프다. 오죽했으면 전쟁 중에 아군과 적군이 모두 들어올 생각은 고사하고, 마을의 존재 사실 자체도 몰랐다고 한다. 영화 ‘동막골’이 알려진 뒤에 이곳 주민들은 “이곳이야말로 충북, 아니 호서지방의 동막골”이라는 말을 곧잘 한다.

◇참마자인삼도리뱅뱅이
벌랏 한지마을의 이동환 이장은 “다슬기와 올챙이가 넘치는 마을에서 한지를 만드는 상상을 하면 한 폭의 동양화가 떠오를 것”이라며 “이런 체험학습이야말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라고 뿌듯해 한다. 마침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남녀 학생들이 한지체험에 나서 즐거워한다. 청원의 중학교에 다니기 위해 얼마 전 대전에서 전학 왔다는 여학생이 그중 제일 활기차다.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가수 2PM의 사인을 받아달라고 조르더니, 이내 저희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마을을 누빈다. 청원에서도 흔치 않은 마을의 풍경에 반하기라도 한 것일까.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는 청원 여행의 필수 과정이다. 대청호 인근에서 잡는 자연산 참마자를 재료로 삼은 참마자인삼도리뱅뱅이는 청원의 자랑. 문의면사무소 앞의 구룡식당(043-297-6754)은 잉엇과의 물고기인 참마자를 튀겨서 양념으로 볶은 뒤 가늘게 썬 인삼과 함께 일품 요리를 제공한다. 미원면의 선선매운탕(043-297-4320)이 메기 등 잡고기를 우려 만드는 매운탕도 청원의 자랑이다.

청원=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진안 '홍삼의 고장' 수출량 30% 차지

특산물 전통 한과도 유명… 100여곳서 생산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를 근처에 두고 있는 마이산을 품은 진안. 산간 마을에다가 한국의 대표적인 물길이 시작되는 곳인 만큼 근접하기 힘든 오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연을 적절히 활용하는 이들이 진안 사람들이다.

◇일교차가 심한 진안에서 자란 인삼과 더덕 등의 지역특산물을 가미해 만든 한과는 명품이다. 생계 유지를 위해 설과 한가위 때 만드는 한과는 전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추석을 앞두고 진안의 일부 농민들은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한과를 만든다. 진안에서 전통한과를 생산하는 데가 100곳에 이를 정도로 지역의 명품이다. 진안은 일교차가 심하다. 이곳의 한과는 일교차가 심한 산간 고랭지에서 생산된 찹쌀과 인삼, 더덕, 표고 등 지역특산물을 가미해 만들기에 그 맛이 남다르다.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지금의 진안읍 단양리에 머물면서 한과를 즐겨 먹었다는 기록을 진안 사람들은 자랑으로 여긴다.

진안은 새로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서울 강남에서도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숲과 호수 등 자연은 아직 준비가 덜 된 듯하다.

마이산과 석탑을 살펴보고 진안읍에 있는 진안홍삼스파 인근 호텔 홍삼빌(063-432-5200)에서 밤을 보냈더니, 절로 수행이 된다. 휴대전화는 이곳이 깊은 시골임을 알리고, 방송을 시청하기에는 전파의 세기가 한없이 약해 보인다. 낮에 진안홍삼스파(063-432-5200)에서 홍삼스파를 접하고, 밤에는 시원한 바람을 친구 삼는다. 아침이 되자 자욱한 안개에 쑥스러운 듯 진안 곳곳이 몸을 감춘다.

◇진안의 방앗간
진안홍삼스파가 세상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홍삼한방과 음양오행 프로그램을 가미한 국내 유일의 테라피존이라고 한다. 건조, 아쿠아, 건식, 습식, 버블의 오행프로그램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건초가 가득한 하얀 천 위에 누워보니 눈이 절로 감긴다. 2층과 3층에서 웰빙 스파를 즐기고 옥상에 위치한 하늘정원에 올랐다.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고 있지만, 해가 사라진 추석 무렵의 가을 저녁은 스산하다. 동남아 어느 곳에서 야외 스파를 즐기고 있다는 착각을 잠시 해 보지만, 멀리 보이는 마이산이 이곳의 위치를 알려준다. 입장료는 3만9000원(4∼12세는 50% 할인). 추석 전 9월 말까지는 2만4000원. 다만, 인근 홍삼빌이 객실 26개로 수용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게 흠.

홍삼은 진안이 최근 알리고 싶어하는 열쇠말이고 상품이다. 진안은 인삼의 고장으로 전국 생산량의 18%를 차지한다. 인삼을 많이 생산하지만 인근인 충남 금산 등에 자리를 내주고, 홍삼을 적극 알리고 싶어한다. 인삼 대신 홍삼을 선택한 것은 곡절이 있었다. 지역 특산품은 대개 유통망을 장악한 곳이 힘을 발휘한다. 진안은 인삼 유통망을 장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향이 진하고 사포닌 함량이 높은 4∼6년근 인삼을 증기로 쪄서 몇 차례 건조한 홍삼을 지역 대표 특산물로 알리고 있는 것. 진안의 홍삼은 전국 생산량의 35%에 이르고, 수출량은 30%를 차지한다. 진안에 장이 서는 4일과 9일에는 인근에서 찾아온 상인과 소비자들이 장을 가득 메운다.

◇진안 청정지역에 자리한 음식점. 주인 부부가 만든 10년 된 된장 맛을 즐기러 애써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자연을 간직한 진안은 걷기에 제격인 고장이다. 진안 사람들이 찾고 지정한 ‘마실길’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어서 아름답다. 그곳엔 삶이 있고, 생활이 있다. 마실길을 걸으면서 든 생각은 진안은 결코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과거의 미덕을 온전히 이어가는 고장으로 보였다.

청정 진안은 전통을 살리며, 마음속에도 일상에서도 고향을 간직하고 있었다. 백운면의 작은 도서관인 ‘흰구름’은 아이와 지역 어른들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고향에 내려와 동창들을 만나는 장소였다. 그곳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도시와 농촌이 서로 생각과 지혜를 교환하고 있었다. 마령면 계서리에는 정미소가 박물관으로 바뀐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도 추억을 전하는 장소였다. 과거를 알리는 기획전으로 농촌의 문화적 갈등을 풀어주고 있다. 이번 행사는 흑백사진전 ‘아! 태극기’다. 10월 25일까지 ‘태극기로 읽는 한국현대사’라는 소망을 담고 열린다. 이처럼 진안에는 이 땅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진안=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마이산, 천의 얼굴 지닌 '부부산'

암수 봉우리 수면에 비치니 한폭의 수묵화

여행은 속삭임이다. 마음에 드는 대상에게만 속삭여도 좋다. 그 대상을 찾아 내밀한 언어로 말하고, 생각나면 찾아보는 과정이다. 전북 내륙에 자리한 마이산(馬耳山)은 자주 찾아도 질리지 않는 산이다. 산세가 결코 단조롭지 않다. 마이산을 품은 진안은 한국 남부지방 산세의 시작이면서 물길의 시원이기도 하다.

◇남해안까지 500리 넘게 달려가야 하는 섬진강의 시원 데미샘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진안고원의 마이산은 해발 700m가 안 되는 높이로 눈길을 끈다. 암수 봉우리가 쌍을 이뤄 그 의미가 더해진다. 수마이봉(673m)과 암마이봉(667m)이 차이가 없을 만한 높이로 살아왔다.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마이산을 만들고 이어온 세월을 온전히 파악하기는 곤란할 터. 다만, 그간 마이산의 나이는 1억년 정도로 추정돼 왔다.

쌍을 이룬 마이산은 보는 장소와 계절에 따라 감흥이 사뭇 다르다. 남쪽에서 보면 봉우리 중턱 급사면에 타포니(Tafoni) 형상이 나타난다. 폭격 맞은 것처럼 움푹 팬 굴들의 모습이다. 타포니는 바위 내부가 팽창하면서 표면을 밀어내 만들어진 지형이다. 바위 표면에서 시작되는 일반적인 풍화작용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쳤다. 빙하기와 한랭기에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마이산에서는 간혹 민물고기 화석이 발견된다. 담수호였다는 이야기다. 마이산이 담수호였던 시기는 중생대 후기 1억년 전까지. 당시 호수였던 진안고원에 쓸려온 모래와 자갈 등이 퇴적해 만든 것은 2000m 두께의 역암층. 7000만년 전 이 역암층이 지각운동으로 융기한 뒤 차별침식에 따라 뾰족한 봉우리로 애초와 모양을 달리하게 됐다.

신라시대와 조선 초기까지 서다산, 용출산, 속금산으로 이름을 달리했던 마이산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조선 태종 때. 태조 이성계가 고려말 이 지역을 지나다 산의 모습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환경 변화와 극적인 역사를 경험한 마이산은 계절마다 이름도 다르다. 돗대봉, 용각뿔, 마이산, 문필봉. 그러고 보니, 우리 땅에서 계절마다 이름을 달리하는 곳은 대개 명산이다. 이름을 가진 한반도 제1의 명산 금강산 4계의 이름만 봐도 그렇다. 금강산은 봄에 그리 불리다가 여름에는 풍악산으로 이름을 달리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봉래산과 개골산으로 계절의 자태를 뽑낸다.


◇진안 마이산 석탑은 사람이 만든 걸작이다. 폭풍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고 아슬아슬한 형태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과정이 사람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마이산은 산길을 오르면서 보는 풍경이 새롭고, 그곳에 있어 고맙다. 그곳에서 드는 단상들이 달아날까 두려워 수첩을 꺼내든다. 하지만 마이산을 감싸다 속절없이 사라지는 구름처럼 생각의 파편들도 사라지고 만다. 이 순간 이곳에서만 느끼고 생각하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로는 진안은 구름보다도 안개가 자욱하다. 주천면과 상전면 등 1읍 5개면의 상당 지역이 수몰되면서 만들어진 인공 담수호인 용담호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다. 댐 주변 주민들이 변한 자연환경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 도시에 식수를 공급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고향을 잃고, 마음대로 물을 쓰지도 못하며 불편한 생활을 한다. 댐 주변의 수증기 양이 많고 아침이면 안개 끼는 날이 잦다. 무릎과 팔목 등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처지에 마음이 아프다. 용담호 주변 도로가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낭만의 길을 만들기까지 농민들의 희생과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마이산이 사양저수지에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비추고 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백운면과 부귀면을 나누는 산줄기를 탔다. 마이산 쌍봉이 아침에 안개에 숨었다가 혹시 수줍은 얼굴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이부자리에서 막 일어난 부부처럼 속살을 언뜻언뜻 드러낼지 누가 아는가. 낮은 산자락에서 카메라를 들고 1억년 된 부부와 같은 마이산 쌍봉을 지켜본 마음은, 신혼 부부의 잠자리를 훔쳐보기 위해 창호지에 구멍을 내는 것처럼 흥분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지켜본 날 마이산은 ‘그림 같은 속살’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두대간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인 마이산에는 자연석으로 축조한 석탑군이 눈길을 끈다. 마이산이 이름을 알린 것도 애초 120기가 넘었던 탑들 덕택이었다. 이제는 80기 정도가 남아 있지만, 폭풍우가 몰아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산길만이 아니다. 진안은 물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골이 있는 곳에는 계곡이 있는 불문의 진리 때문만은 아니다. 진안의 계곡은 높지 않지만, 남해로 빠지는 섬진강이 연원을 두고 있다. 서해로 빠지는 금강은 이웃한 장수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진안 사람들이 데미샘을 섬진강 발원지로 주장할 때, 이웃 장수군에서는 수분재(水分峙)라고 우겼다. 마이산 동쪽과 서쪽에서 떨어지는 물이 각기 금강과 섬진강으로 가고, 수분재 남쪽과 북쪽에서 떨어지는 물이 섬진강과 금강으로 가는 상황이었으니 주장이 엇갈릴 만했다. ‘택리지’나 ‘연려실기술’이 섬진강의 발원지를 진안으로 보았지만, 장수 사람으로서는 수긍하기 힘들었다.

데미샘은 하천연구가의 노력으로 발견됐다. 1983년 1월 이곳을 찾은 하천연구가 이형석 선생이 원신암 마을을 찾았다가 산길이 끝나갈 무렵 마른 계곡 어디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라고 해서 천산데미라 불리던 봉우리 아래에서였다. 마을 주민과 함께 샘물을 다시 찾아 데미샘이라 명명했다. 역사는 이렇게 작은 물줄기와 작은 발견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진안에서 발원하는 섬진강은 아기자기한 마을을 품을 뿐, 큰 평야를 벗삼지 않는다. 섬진강의 최장 발원지는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의 데미샘. 3개 도와 10개 시·군에 걸쳐 220km를 흐르는 한국에서 4번째로 긴 강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데미는 ‘더미’의 다른 말로 호남에서 봉우리라는 뜻으로 쓰인다.

진안=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짧은 추석, 긴 여운… 당일치기 여행 & 달맞이 명소

수원화성·월정사 숲길·백제 도읍 공산성·천년고찰 부석사로…

가난하던 시절 명절의 의미는 각별했다. 명절은 가족 모임이면서 온 나라의 축제였다. 명절 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게 한가위다. 일가친척이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다. 아쉽게도 이번 추석 연휴는 짧다. 그래도 고향에 대한 향수와 달맞이의 전통을 건너뛸 수는 없을 터. 몰리는 차량 때문에 나들이를 생각하기 어렵겠지만, 고향집 근처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것은 어떨까. 고향을 못 찾은 수도권의 독자라면 박물관과 놀이공원을 찾아도 좋다. 한국관광공사와 각 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지역별로 명소를 꼽아보았다. 낮에는 전통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을, 밤에는 달맞이에 좋은 명소를 추렸다.

#고향 근처 당일치기 여행

◇한국민속촌 풍경
수도권: 흥겨운 시간여행 수원화성과 한국민속촌

수원화성은 역사 공부의 모범 장소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수원화성에서는 정조의 효심과 애민사상, 개혁사상을 되새길 수 있다. 연무대를 걷기여행의 들머리로 잡고 활쏘기 체험과 화성열차 타기, 화성행궁의 여러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기에, 성곽의 규모와 건축미도 잘 살펴보면 의미가 더해진다. 한국민속촌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서 완벽하게 재현한 우리의 모습이다. 전시가옥 270여동과 한국민속촌박물관, 세계민속관, 조각공원,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이즈음 이곳에서는 익어가는 가을의 서정에 빠져들 수 있다. 민속촌 곳곳에서 벼가 익어가고,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눈에 띈다. 매일 두 차례씩 농악, 줄타기, 전통혼례, 마상무예 등이 이어진다.

◇평창 월정사 전나무숲
강원권: 천년의 숲과 인간이 어우러진 곳 평창 월정사

강원 평창군 오대산 자락은 강원도의 가을을 대표한다. 천년 고찰 월정사∼상원사∼북대사에 이르는 길은 최고의 명품 트레킹 코스로 불린다. 기암계류와 나란히 이어지는 25리 널찍한 숲길,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흙길은 토박이의 마음도 뺏는 곳이다. 하지만, 월정사 초입에서는 가을 햇볕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이 우거져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을 정도여서다. 고찰을 둘러보는 과정에는 머릿속까지 맑게 해주는 숲의 기운이 동행한다. 부도탑 어귀를 돌아 반야교를 넘어서면 마주하는 부드러운 흙길과 맑은 계류가 담아내는 청정 하늘, 가을단풍의 조화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공주 공산성
충청권: 백제의 옛 도읍 공주 공산성

가을 낮의 서정에 빠져들기에 백제의 고도 공주만한 곳도 없다. 공주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금강 위로 구불구불 능선을 따라 지어진 공산성이 여행의 백미다. 공산성을 중심에 둔 산책길과 고분군은 어른과 아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여행지다. 공산성은 능선과 계곡을 따라 만들어졌다. 백제가 도읍지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성이었다. 문주왕 1년(475) 옮겨와 성왕 16년(538)에 부여로 왕도를 옮길 때까지 공산성은 5대 64년간 백제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본래 토성이었던 공산성은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석성으로 개축됐다. 이름도 웅진성에서 공산성으로 바꿔 불리게 됐다. 오르락내리락 걷는 재미가 남다른 공산성에서는 금강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금강의 모습에 가슴이 다 뚫리는 듯하다.

전라권: 수수께끼 같은 천불천탑의 화순 운주사

전남 화순군의 운주사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절도 흔하지 않다. 운주사는 경내에 석불과 석탑들이 넘친다. 운주사에는 현재 석탑 12기와 석불 70기가 남아 있다. 1942년까지만 해도 석불 213기와 석탑 30기가 있었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운주사를 일컫는 수식어 ‘천불천탑’이 어색하지 않다. 길게 이어진 골짜기에 도열된 수많은 석탑과 석불 사이를 산책하는 것은 운주사를 찾는 최대 기쁨이다. 이곳을 산책하다 보면 과거로 시간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 가는 느낌이다. 운주사 경내에서 첫 번째 마주치는 것은 운주사 9층 석탑이다. 기하하적 문양이 가득한 석탑은 커다란 암반을 바닥돌과 기단으로 삼고 그 위로 9층의 탑신을 세웠다. 전체적으로 장엄하고 세련된 모양새가 고려 후기 석탑 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영주 부석사 삼층석탑
경상권: 1300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부석사와 소수서원

경북 영주시는 불교와 유교 문화 유적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향긋한 사과 과수원과 인삼 재배 농장도 즐비해 한국 문화와 전통을 대표하는 곳이다. 조상을 생각하는 명절과 수확의 계절 가을에 그 의미가 더해진다. 영주의 대표적인 불교 유적은 부석사다.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 중 하나인 부석사는 13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이다. 봉황산 자락에 박혀 있는 부석사는 구품만다라를 상징하는 웅장한 대석축뿐만 아니라 무량수전 등 다양한 문화재가 남아 있어 대찰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해질녘 낙조는 최고다. 가을철 진입로의 노란 은행나무 길은 운치 있는 산책길이다. 영주에서는 또한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조선 선비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있어 오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잡아끈다.

#두둥실 달맞이

전국 각지에는 달맞이 명소가 많다. 몇 곳만 소개한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 경계에 위치한 아차산(285m)에 오르면 한강을 옆에 두고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다. 한강 동쪽으로 떠오르는 보름달의 모습은 어느 곳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한강을 보며 달맞이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경기 고양시 덕양산 정상의 행주산성도 좋다. 한강과 방화대교 등의 야경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달맞이는 압권이다. 남산의 N타워 전망대와 여의도 63빌딩, 서강대교 옆 하늘공원에서 달맞이를 즐겨도 좋다.

부산에서는 동백섬과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이 대표적인 구간이다. 이곳과 더불어 달맞이고개도 부산이 자랑하는 명소다. 달맞이고개의 해월정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월출은 부산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비경이다. 해변 월출은 사실 죄다 아름답다. 강원 강릉 경포호의 보름달도, 충남 서산의 바위섬 간월암을 찾는 달도 찾는 이를 설레게 한다. 호남에서는 아무래도 이름에 걸맞은 영암 월출산이 제격이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이지만, 월출만큼은 전국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동쪽 봉우리 산자락에서 떠오르는 달맞이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박물관에서 즐기는 추석

국립민속박물관은 2∼4일 ‘추억의 타임머신-엄마 아빠 추석은 이랬어요’ 행사를 연다.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조성한 추석의 거리를 1970년대 추석 모습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뻥튀기, 달고나, 솜사탕 장수들이 등장하며 당시 인기 있던 뱀주사위 놀이판을 초대형으로 만들어 관람객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딱지와 종이인형 등을 기념품으로 나눠주고 ‘우주소년 아톰’과 ‘로봇 태권브이’ 같은 추억의 만화영화도 상영한다. 풍성한 민속 공연과 체험공간도 마련했다. 손수건에 민화를 그리고 솟대, 탈 등 민속품을 만들거나 팔도 송편과 다식 등 추석에 걸맞은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추석맞이 천신굿과 풍물놀이판 등 공연 마당도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4일 서울 용산 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가족 단위 관람객 등이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면서 전통음식을 나눠 먹는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개최한다. 떡메치기 등 전통 떡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식하거나 전통악기 연주, 탁본 찍기와 목판인쇄도 체험할 수 있다. 대형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팔씨름 등 다양한 민속놀이 마당은 물론 대형 현수막으로 제작한 박물관의 대표적인 회화작품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고궁과 왕릉에서도 다채로운 추석맞이 행사가 열린다. 경복궁과 덕수궁, 창경궁 등 고궁과 정릉 등 12개 왕릉은 연휴 기간(2∼4일) 무료 개방된다. 경복궁과 덕수궁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의 추석맞이 공연이, 각 기관별로는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 추석 연휴기간 중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은 무료 입장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드레스덴 음대 박사과정' 표제구씨 "학생 4명중 1명이 한국인"


◇나온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드레스덴 음악대학의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표제구씨는 “독일 대학은 능력 있는 외국인에게 기꺼이 문을 개방한다”고 설명한다.
음악의 도시에서 젊은 한국인이 살려내는 슈만의 음악을 듣는 건 감동이다.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드레스덴 음악대학 박사과정생인 표제구(사진)씨가 그런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에서 여행자와 취재진이 온다는 말을 교수에게서 듣고, 휴가도 반납하고 피아노 선율을 가다듬었다는 이야기에 가슴마저 뭉클해진다. 이곳의 정원 600명 중 한국인 학생이 150명 가까이 된다. 학비가 거의 없고, 실력으로 입학한다면 훨씬 보람차게 공부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에 한국인이 몰린다고 한다. 이 대학 입학 정원의 25%가 한국인 학생이라고 하니, 한국 학생들의 쇄도 현상이라고 해야겠다.

부산대학교를 졸업한 표씨가 이 대학에 입학한 때는 2006년 7월. “8살 때부터 어머니의 지원 아래 피아노를 쳤어요. 어린 시절에는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면서 피아노에 빠져들었지요. 입학 전에 독일을 먼저 둘러보고 이 대학에 타깃을 맞춰 공부했습니다.”

슈만과 바흐, 베토벤 등 독일의 천재적인 음악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어, 그에게는 감수성을 얻기에는 독일만한 곳이 없다. 이곳에 살면서 느낀 점을 물었다.

“한국인들의 비약이 느껴져요. 자부심도 갖게 되고요. 유럽에서 이름을 알린 작곡가 윤이상, 지휘자 정명훈 선생 등은 우리 학생들을 외롭지 않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지요. 저도 꽤 오래 시간이 흐른 뒤, 그런 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닮고 싶습니다.”

드레스덴=박종현 기자

독일, 슈만·클라라 부부 '열애의 멜로디' 은은

낭만파 음악 대가 슈만 탄생 200주년 앞두고
삶·음악적 발자취 따라가는 ‘슈만 로드’ 각광


독일이 배출한 낭만파 음악의 대가 로베르트 슈만. 2010년 7월 8일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그가 각광받고 있다. 그의 삶과 음악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일정 ‘슈만 로드’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슈만이 거쳐간 많은 독일의 도시들 중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은 그의 자취를 전해주는 핵심적인 지역이다. 세 도시에는 슈만의 음악이 흐른다. 그곳에는 슈만이 아내 클라라와 함께 나눈 사랑 이야기가 그의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멜로디로 다가온다. 치열하게 생을 이끌어가고, 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극적인 삶도 되살아난다.

세 도시는 2010년을 ‘슈만의 해’로 지정하고, 1년 열두 달 다양한 콘서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을 축제가 내년 5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리는 ‘슈만 축제’. 축제 기간 중인 6월 3일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필하모닉이 뒤셀도르프를 방문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로 해 국내의 관심도 더 커질 듯하다.

◇중세 유럽의 화려한 문화가 느껴지는 독일 드레스덴의 시가지. 옛 동독 지역이었던 드레스덴은 통독 20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곳을 10년 넘게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2006년 새로 탄생한 ‘성모교회’가 이를 말해준다.
독일 주요 관광 도시들의 마케팅 연합인 ‘매직시티’(Magic city)와 독일관광청은 ‘슈만 로드’의 출발점으로 뒤셀도르프를 꼽는다. 이어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을 잇는 여정을 추천한다. 매직시티에는 이들 세 도시 이외에도 베를린, 쾰른,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하노버, 뮌헨, 슈투트가르트 등 10개가 넘는 도시가 참여하고 있다.

뒤셀도르프. 이곳은 슈만이 음악적 영감을 표현하고 그에 따른 성취를 한꺼번에 경험한 곳이다. 그 성취와 함께 아내 클라라와 마지막 사랑을 불태웠던 낭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의 숨결이 지금도 느껴질 것 같은 곳이 ‘뒤셀도르프 슈만 하우스 박물관’. 박물관 벽면에 걸린 간판 ‘로베르트와 클라라 슈만, 1852년 9월1일부터 1854년 3월 4일까지 살다’는 문구가 보인다. 이 문구가 극본이라면, 이 집의 정원은 그 배경이고, 피아노 선율은 음향효과쯤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사와 연극은 관객 입장일 관람객이 주체할 수 없는 느낌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슈만 부부의 모습을 담은 그림.
나무로 우거진 정원과 그 나뭇잎 사이를 뚫는 햇볕, 그리고 이들의 어울림에 피아노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뒤셀도르프에서 1850년부터 시립교향악단 감독으로 활동한 슈만이 클라라와 낭만의 여정을 즐겼던 곳이다. 이 2층 집에서 작곡을 하는 남편의 곡을 받아 아내는 아름다운 피아노 음감으로 곡을 그려냈을 것이다. 슈만이 뒤셀도르프의 남쪽인 본(Bonn) 근처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보낸 곳이기에 뒤셀도르프는 영광과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도시다.

◇드레스덴 인근 공원에 있는 슈만의 흉상.
다음 추천지는 라이프치히. 뒤셀도르프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라이프치히까지 이동하는 데 기차도 훌륭한 수단이다. 두 도시는 5시간 안팎이 걸린다. 동행이라도 있다면 가을의 독일 기차여행은 좀처럼 나른함을 주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창밖으로 펼쳐지는 평원에서 평화와 여유라는 단어를 끄집어낼 수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 당시의 취재수첩을 펼쳐드니, “작은 집들, 도시인의 주말농촌가옥. 황토 빛 밭도 초원으로 보일 정도로 드넓다. 착시현상일까” 등으로 독일을 부러워하는 문장들이 적혀 있다.

20년 전 서독에 속했던 뒤셀도르프와 달리 라이프치히는 옛 동독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이곳 관광국의 직원인 스페피도 “옛 동독 사람들은 여전히 순수하다”며 자신의 고향인 드레스덴과 직장이 있는 라이프치히를 동시에 칭찬하는 센스를 드러낸다. 라이프치히는 슈만 부부에게는 고향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슈만은 라이프치히 인근의 츠비카우에서 1810년 태어났다. 그 9년 뒤인 1819년 9월 13일 부인 클라라가 라이프치히에서 생애 첫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동행한 관광국 직원은 “슈만이 20세 청년이었을 때, 클라라는 초등학생 저학년이었다”고 되새겨 준다.

아홉 살의 나이 차이가 슈만에게는 작게 보였던 것일까. 슈만은 스무 살이던 1830년 라이프치히 법대생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긴 부모를 설득한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울 결심을 한다. 슈만의 스승은 클라라의 아버지로, 당시 유명한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 클라라는 아홉 살에 이미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고, 슈만은 뒤늦게 배운 피아노를 더 잘 치기 위해 손가락 힘을 강하게 하는 기계를 개발했다가 손가락을 다치고 만다. 슈만이 손가락을 다친 불행을 경험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 채워주는 아름다운 협연의 시작을 알렸는지 모른다. 이후 슈만은 작곡에만 몰두했고, 클라라는 슈만의 명곡을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빚어낼 수 있었다.

결혼을 반대한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스승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와의 오래 이어진 다툼. 클라라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두 사람이 법정소송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1840년 9월 라이프치히 근교의 작은 교회에서 결혼을 올릴 수 있었다. 만 21세가 넘으면 결혼할 수 있는 법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라이프치히 근교의 작은 교회. 1840년 슈만과 클라라는 이곳에서 결혼하고 평생을 사랑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일까 ‘라이프치히 슈만 하우스’에는 클라라의 모습을 재현한 여성이 방문객을 맞는다. 그리고 클라라의 역할을 수행해 낸다. ‘재현 클라라’가 들려주는 피아노에 빠져,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슈만 부부의 얼굴을 기억해 낸다.

슈만은 1844년 이미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했고, 그로부터 5년 동안 드레스덴에서 살았다. 뒤셀도르프와 라이프치히에 비해 드레스덴에서 슈만의 자취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어린 시절 클라라가 연주회를 하기도 했다는 드레스덴 근교의 막센(Maxen) 성과 츠빙거 궁전 뒤쪽의 동상 정도가 슈만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막센 성은 2010년 슈만 탄생 200주년을 앞두고 유럽 관광객의 이목을 끌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 방향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드레스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슈만의 선율·독일인 영혼이 함께 흐르는 ‘슈만 로드’

獨 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드레스덴

‘슈만 로드’에는 슈만의 선율과 함께 독일인의 영혼도 흐른다. 뒤셀도르프, 라이프치히, 드레스덴이 모두 아름답지만 독일의 아픔과 영광을 뼛속 깊이 경험한 드레스덴에 더 눈길이 간다. 1945년 연합군의 공격이 있기 전까지 이곳은 문화예술의 도시임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래서 드레스덴은 젖줄 엘베강과 연결돼 ‘엘베강의 피렌체’로 불렸다.

◇라이프치히 근교에서 볼 수 있는 독일의 가슴 저리는 가을 풍경.
1989년 통독 이후까지 50년 가까이 방치됐던 드레스덴이 부활의 종소리를 알린 것은 1990년대 초반. 시민들과 기업의 자각 덕택이었다. 옛 시가지의 중심인 노이마르크트 광장의 성모교회는 드레스덴의 좌절과 부흥을 동시에 상징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교회 외벽의 검은색 벽돌은 전쟁의 아픈 기억을, 교회 꼭대기의 10m 가까이 되는 금장 십자가는 화해와 부활의 의미로 해석된다. 드레스덴 폭격에 앞장섰던 영국인 조종사의 아들이 십자가의 세공 과정에 참여했고, 영국인들이 그 비용을 지불했다. 유럽인들이 이를 자랑으로 여길 만하다.

드레스덴 주변에서는 아무래도 엘베강과 결합된 여러 곳의 풍경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체코와의 국경선이 보이는 쾨니히슈타인 요새는 드레스덴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성곽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니, 또 하나의 소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외부와 교류 없이 1500명의 주민이 4년간 버틸 수 있는 물자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물을 구하기 위해 150m 깊이로 팠다는 우물 앞에서는 현기증마저 난다.

드레스덴으로 돌아올 때는 여정 중간 지점에서 배를 타는 것도 훌륭한 추억으로 남는다. 좁은 강둑 양쪽으로 이어진 풍경들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유네스코는 2004년 옛 도심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런 유네스코가 올해 드레스덴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할 이유가 어렴풋하게 이해된다.

드레스덴으로 오기 전에 들렀던 곳은 라이프치히. 이곳은 문화예술보다는 교역의 중심지로 기억된다. 무역의 중심지였지만, 전쟁의 피해도 적었다.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도시의 20% 정도가 피해를 봤다고 설명한다. 문화예술의 중심지 드레스덴이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라이프치히는 외부의 공격에 버텨내는 ‘행운의 철가죽’이라도 사용했나 보다.

◇뒤셀도르프의 ‘라인 타워’에서 보이는 ‘미디어 하버’의 여러 건축물이 라인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이프치히도 독일인데, 음악과 문화의 향기가 전해지지 않을 리 없다. 슈만의 발자취를 찾고 싶은 간질간질한 유혹을 해소했다면, 이곳에서는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와 음악가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흔적을 떠올려도 좋다. 라이프치히 옛 시가지에 자리한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와 루터를 추억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많은 바흐의 곡이 이 교회에서 초연됐고, 루터가 설교로 자신의 믿음을 설파한 곳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6시에 즐길 수 있는 교회 합창단의 소리가 한없이 맑다. 단원들이 합창 소리가 맑고 성스럽다.

◇쾨니히슈타인 요새에서 바라보는 엘베강의 굴곡이 심하다. 아시아 관광객은 물론 유럽 여행자들도 엘베강과 그 주변을 감싸는 산악지대의 모습에 반해 이곳을 ‘작센 스위스’라고 부른다.
이번 여행의 독일 첫 발자국은 뒤셀도르프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 ‘알트 비어’의 감칠맛 나는 기억 때문에 뒤셀도르프에서는 시차도 피곤함도 느낄 수 없었다. 환경 오염을 없앤다며 세계 최단 거리를 자랑하는 핀란드 국영항공사 핀에어을 이용했지만, 경유까지 열 시간이 훨씬 넘는 비행으로 피곤할 만도 한데 말이다. 뒤셀도르프는 독일이 자랑하는 ‘디자인 도시’다. 이 이미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소가 ‘미디어 하버’다. 전쟁 후 독일 경제를 이끌었던 석탄과 철강 산업이 주춤하면서 항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최신식 건물로 항구를 되살려 낸 것. 영국의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프랑스의 프랑크 게리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힘을 보탰다. 17년 전 지어진 240m 방송탑 ‘라인 타워’는 외부에서 보기에도 화려하다.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168m의 전망대에 오르니 라인강이 수줍은 듯, 자랑스러운 듯 모습을 드러낸다.

뒤셀도르프·라이프치히·드레스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오색 단풍길을 걸어 보자

에버랜드, 산등성이 돌아가는 길 한 폭의 풍경화
서울랜드, 호수 배경으로 펼쳐진 단풍나무 압권


◇에버랜드 호암 미술관 진입로는 ‘단풍의 동굴’ 같다. 해마다 10월 말이면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가을이 쌓이고 있다. 황금빛 들녘이 가을의 절정을 드러내고, 강원도에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가을이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을 알리는 ‘예고 화면’이다. 9월 말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이 중부지방을 내처 지나고 있다. 붉고 노란 단풍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소식도 들린다. 작은 바람에도 새빨간 잎이 인근의 초록 빛깔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물결이 아름답다. 마음이 스산하다면 가을을 찾으러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주변 골목길을 걸어도 좋고, 뒷산에 올라도 좋다.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놀이공원 주변에서 가을을 탐하면 어떨까.

에버랜드는 진입로에서부터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에버랜드의 단풍은 절정에 달한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벚나무 등이 빚어내는 붉고 노란 ‘색의 연출’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에버랜드에서는 ‘퍼레이드 길’이 가을 명소로 꼽힌다. 750m 길이의 퍼레이드 길에 심어진 가로수는 단풍과 은행나무가 많다. 퍼레이드 길에서 펼쳐지는 ‘해피 핼러윈 파티’와 ‘카니발 판타지 퍼레이드’ 등을 관람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에버랜드의 가을은 에버랜드 주변의 영동고속도로 진입 구간과 호암호수 주변 등에서도 즐길 수 있다. 산등성이를 타고 돌아가는 길 주변의 단풍은 파란 하늘과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가족과 연인이 즐기기에 에버랜드 최고의 단풍 산책 코스는 단연 호암호수다. 이즈음 호암호수는 호수와 단풍이 하나가 되어 절경을 연출한다.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호젓하게 가을을 느끼고 싶은 이라면 이곳이 제격이다. 에버랜드 정문으로 가기 전 500m 지점에서 왼쪽 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길이 나타난다. 호암호수에 비치는 단풍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도 많다. 영동고속도로 마성요금소에서 에버랜드 서문을 지나 에버랜드 정문에 이르는 총 5㎞의 구간은 ‘단풍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되는 곳이다. 산허리를 끼고 도는 도로의 굴곡만큼이나 단풍이 다양한 빛깔을 드러낸다.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랜드의 단풍도 아름답다. 서울랜드에서 단풍을 즐기는 길은 외곽순환길 4㎞가 좋다. 공원호수 주변과 미술관 가는 길 등도 가족 나들이객의 눈길과 발길을 잡아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진 단풍나무가 압권이라고 말한다. 호수 주변의 단풍을 배경으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도 꽤 많다. 붉게 물든 단풍이 쌓여 있는 베니스 무대 앞 벤치에 앉는 것 자체가 낭만을 선사한다. 앞으로는 호수가, 뒤로는 작은 언덕이 가려져 연인들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서울랜드에서는 단풍터널을 걸어가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아늑한 단풍 터널 길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

박종현 기자

바로 ‘오늘’ 우리사회를 달구는 쟁점들

창비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2008∼2009’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진보적 매체인 창비가 2008년 4월부터 2009년 10월 현재까지를 중간 점검했다.

단행본 ‘A4 두 장으로 한국사회 읽기 2008∼2009’를 통해서다. 지난해 출간된 같은 제목의 책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A4…’는 이메일 등으로 독자를 찾아간 ‘창비주간논평’을 엮은 책이다. 책은 정치, 사회, 남북관계, 경제, 문화 등 그간 우리 사회에 쏟아졌던 각종 담론을 담았다. 먼 과거가 아닌 바로 ‘오늘’ 우리 사회에서 치열한 쟁점이 됐던 현안을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풀어냈다. 여러 담론은 A4 두 장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석됐다. A4 두 장이 담을 수 있는 원고지 분량은 20매 이내다.

‘A4…’가 소제목의 첫 주제로 삼은 화두는 ‘이명박 정부와 민주주의’.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최근 지지율 상승이 수도권, 30∼40대, 중산층에 힘입은 바 크다”며 “(지지를 보낸) 이들에게는 집 장만과 자식교육이 무척 중요하지만, 국민과 민주주의를 밟고 가는 정권을 용서할 만큼 자존감이 박약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 지지도가 높은 것은 진보진영의 무능 탓이라고 해석했다. 진보진영이 정부와 여당의 잘못을 비난하고 투쟁하는 ‘저항세력’으로 구실했을 뿐, 사회와 국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혁할 ‘대안 권력’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남북 관계 경색은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주의 정권의 시각을 드러내는 키워드였다.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는 추석 무렵 이산가족상봉을 거치면서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조짐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질서에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 나왔다. 세계 경제질서를 조정하는 미국의 위상은 크게 하락할 것도 대체적인 견해다. 손열 연세대 교수는 “미국의 리더십 약화가 미국을 대체할 세력의 부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지도력의 교체라기보다는 지도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표준을 강제할 능력이 줄어든 미국이 신자유주의에 부분적 수정을 가할 것이라고 손 교수는 예상했다. 세계 각국이 역사적 경험과 삶의 조건에 맞는 복합모델을 찾아내면서, 각국의 경험을 세계표준으로 만들려는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손 교수는 이점 때문에라도 한국은 신자유주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정치의 새로운 의제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아래로부터 자치를 차단해온 기존의 지방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지방 경제를 살리고 힘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 일각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그의 제안은 이렇다. 지방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배분한 광역 및 기초 의회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명목적 현상에 머물고 있는 지방정부의 정치적 중립 주문을 풀어 정치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도 담았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H1N1은 인류에 보내는 경고라고 단언한다. 최근의 이종장기 개발 연구 등에 따른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하면 사람은 면역이 없기 때문에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를 비롯한 인류가 맞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고체계를 바꿔야 한다. 우 교수는 “인간 중심의 과학에서 벗어나 생태계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며 인간 중심의 시각을 버리자고 제안한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